‘대권 레이스’ 속 원희룡
‘대권 레이스’ 속 원희룡
  • 한국현 기자
  • 승인 2021.07.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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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다. ‘대권 시험’을 보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초반 성적이 부진하다. 부진하다 못해 너무 초라하다.

최근에 발표되고 있는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에는 그의 이름이 안 보인다. 시험 기간은 내년 3월 9일까지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금의 성적으론 불안하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지지율은 이제 본격적으로 국민들이 주자들을 보고, 판단을 해가면 요동을 칠 것이다. 앞으로 치열한 경선 과정을 통해 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노출되면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서다.

대권에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선 “우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실패한 정권은 반드시 교체를 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이재명이라는 더 나쁜 정치인의 등장을 막고 조국을 포함한 집권586 세력들의 행패에 대해 비판하고 꾸짖을 수 있는 사람이 저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경선이 시작이 되기 전에 모두가 (국민의힘에)합류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흥행을 하면 자신의 지지율도 올라갈 것으로 확신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시험 초반이기는 하나 자기만의 정치 철학과 미래 비전을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치 사안이 발생할 때 끼어들어 원론적인 말을 할 뿐이다. 대부분의 현 정부 비판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 국민들에게 확 와 닿는 ‘워딩’은 없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이 시점에서 야권 후보들은 모두 한다.

논란에도 가세를 하지만 존재감은 다소 떨어진다. 그는 지난 주말 대선후보 1, 2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역사논쟁을 벌인 때 한마디 했다.

원 지사는 이 지사가 “대한민국은 친일 세력과 미(美) 점령군의 합작이다. 이승만ㆍ김대중 대통령도 점령군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했다”고 하자 “대한민국이 깨끗하게 출발 못 했다고 분명하게 말해 놓고 비겁한 해명을 했다”고 비판했다. 역사논쟁에서 윤석열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 국민의 성취에 기생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뒤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인식은 용납할 수 없는 역사 왜곡”이라고 했다.

원 지사는 국민의힘에서 집요하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윤 전 총장과 지난 2일 만났다. 이날 윤 전 청장은 원 지사에게 “같이 덧셈 정치를 해서 여러 세대와 계층, 그리고 다양한 정치적 성향의 사람을 최대한 이우를 수 있는 ‘빅 플레이트(big plate: 큰 그릇)’를 함께 만들어 보자고 했다. 원 지사는 “어느 때보다 큰 생각, 넓은 정치를 해야하고 할 시기다. 국민 대통합을 위한 큰 계산을 하자”고 답했다. 둘의 만남은 윤 전 총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윤 전 총장과 원 지사는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범여권 대권주자 사이의 합종연횡 조짐으로 분석하고 있다. ‘윤ㆍ원 회동’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무튼 그건 그렇고, 윤석열과 이재명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 원 지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부터라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이슈’를 던지며 ‘원희룡답다’는 말을 들었으면 한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이전에 여론조사 결과에 이름을 올려야 ‘해볼만 한 싸움’이 될 것이며 결과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왕 대권에 ‘올인’하겠다고 했으니 도지사직도 빨리 사퇴하고 대권 레이스 한 복판으로 달려가 멋진 승부를 펼쳤으면 한다. ‘카운트다운’이 길다 보니 ‘간’을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원 지사의 꿈은 어차피 대통령이다. 처음 제주도지사에 출마할 때부터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두 번 도지사기간의 공과(功過)는 도민이 평가할 일이다. 잦은 서울 출장으로 대권 놀음에만 집착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대분의 도민은 원 지사의 대권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 어제(7일)는 지지모임인 ‘희망오름’도 창립했다.

대통령이 되고 안 되는 건 하늘만이 안다고 한다. 원 지사는 대통령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남은 ‘대권 시험’ 기간 분발을 촉구하며 건투를 빈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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