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이 환경을 보전하는 길이다
재개발·재건축이 환경을 보전하는 길이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7.0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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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준 제주대 부동산관리학과 교수·논설위원

우리가 생로병사를 경험하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또한 성장·성숙·쇠퇴의 과정을 거친다. 쇠퇴과정에서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재생되기도 하고, 슬럼화되어 소멸되기도 한다. 과거 제주지역의 사회·경제·문화의 중심지였던 원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번영을 회상해 보면 아직까지 아쉬운 점이 많아 보인다. 

필자는 수업시간에 제주시 원도심의 노후화된 어느 특정지역을 찍어서 학생들에게 ‘결혼을 하게 되면 그곳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할 용의가 있는지’를 물어보곤 한다. 대답은 독자들이 예상하는 바와 같이 한결같이 ‘아니요’였다. 주택과 도로 등의 기반시설이 노후화되어 버린 도시, 다양한 소비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낼 수 있는 젊은 인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도시는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왜 노후화된 도심을 재개발·재건축해야 하는가? 노후화된 도심을 그대로 두고 교외에 새로운 도심을 조성하면 안 되는가?’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교외에 새로운 도시가 개발되면 원도심의 인구는 감소하게 되고, 경제기반의 상실로 인해 도시 기능은 약해지게 된다. 도로, 상하수도시설, 전기 인프라를 사용하는 사람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비용은 감소하지는 않는다. 교외지역 개발로 인해 농지와 산지 등의 녹지는 감소하게 되고 도로, 상하수도시설, 전기 인프라를 개설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도시 외연의 확장으로 인해 교통·물류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원도심과 새로운 도심에 있는 기반시설을 유지·보수하는데 상당한 예산이 지속적으로 지출되는 것이다. 

도시에서 인구가 증가하고 다양한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도시의 규모는 커져야 한다. 그러나 도시의 규모가 수평적으로만 커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입체적으로도 도시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고밀화 도시는 도시의 외연 확산이 없이도 기존의 도시에서 도시의 규모를 크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제주의 인구는 29.4% 증가(1998년 53만4000명→2018년 69만2000명)하였다. 같은 기간 동안에 주거 및 생활기반시설의 토지(대, 학교용지, 공장용지)는 68.9% 증가(1998년 50.3㎢→2018년 84.9㎢)한 반면에 임야 및 농경지(전, 답, 과수원)는 5.4%(1998년 1473.3㎢→2018년 1349.1㎢)가 사라져 버렸다. 같은 기간 동안에 주택의 수는 90.8% 증가(1998년 122.2천호→2018년 233.1천호)하였는데 저밀도 주택인 연립·다세대주택이 252.9% 증가하였다. 

여러 독자들이 이해하고 있듯이 인구가 단기간에 급증했던 지난 몇 년 동안 도심의 녹지지역에는 연립·다세대주택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고 교외의 관리지역에는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타운하우스와 같은 소규모 주택이 건축되면서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졌다.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한 도시의 외연 확산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시기에 도심에 택지가 공급되어 있었거나 재개발·재건축이 보다 수월했다면 지금 제주의 모습은 어떠하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필자는 우리 선조들의 삶의 애환이 서려 있는 지역, 문화·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철거방식의 재개발·재건축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미 토지구획정리로 인해 격자형 가로망이 갖춰져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재개발·재건축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도심에 대한 계획적인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도시 외연의 무분별한 확장과 농지 및 녹지의 훼손을 방지하고, 주거의 질적 수준을 높여 소비력이 강한 젊은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결국은 우리의 환경을 보전하고 도심을 활성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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