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백신 위탁의원 시스템 ‘의료법 위반 의혹’ 불렀나
허술한 백신 위탁의원 시스템 ‘의료법 위반 의혹’ 불렀나
  • 정용기 기자
  • 승인 2021.07.05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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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 응급구조사 1천9백명 AZ 접종 사실로
자치경찰단 의료법 위반 혐의로 의원 수사 착수
백신 위탁의원 지정...접종 의료진 '이름'만 기재
의료법 상 의료인 여부 검증 제대로 못해 '구멍'
뉴제주일보 자료사진.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속보=정부와 제주도 방역당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

의료법 상 의료인이 아닌 응급구조사가 도내 한 의원에서 1900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지만(본지 7월 5일자 4면 보도) 애초에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비의료인을 배제할 수 있는 검증 장치가 전무해 결국 이번 의료법 위반 의혹 사태는 ‘허술한 시스템’이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보건소 등에 따르면 제주시 소재 A의원은 지난 4월말부터 지난달 중순쯤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으로 지정돼, 2100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을 실시했다.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 지정은 병·의원이 보건소에 신청해 현장점검 등의 심사를 거쳐 질병관리청의 최종 승인을 받는 방식이다.

앞서 A의원은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 지정을 위해 제주보건소에 신청서를 냈고 현장점검을 받았다.

현장점검에선 백신 보관이 가능한 시설, 공간 등이 갖춰졌는지 확인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의원은 접종 인력을 기재한 서류를 제주보건소에 냈다.

당시 A의원 접종 인력 중엔 의료인이 아닌 응급구조사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접종 인력 기재란에는 이름만 적게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접종 인력 기재란에 의료인임을 알 수 있는 직책, 자격 등을 표기하지 않아도 되다보니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질병관리청의 승인까지 받은 A의원은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으로 운영됐다.

응급구조사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의료인 교육까지 수료했고 1900명에게 AZ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는 AZ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뒤 지난달 30일 사망한 60대 여성 B씨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 측은 “B씨는 평소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었다”며 “백신 접종 후 이상증세가 생겼고,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해 결국 숨졌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은 B씨 사망과 백신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제주보건소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자치경찰단에 A의원과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현재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의료법 상 의료인은 보건복지부장관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 등이다.

의사의 지시 및 관리·감독 하에 간호조무사도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의료법 상 응급구조사는 의료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제주보건소 관계자는 “백신 접종은 의료법 상 의료인만 하게 돼 있어 A의원의 접종 인력이 모두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자체적으로 판단해 이해를 했고 자격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A의원 관계자는 “접종 인력에 응급구조사를 투입한 것은 응급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악의적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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