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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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7.0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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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신자 시인·그림 고재만 화백
(15) 주멘증

■표준어

주민등록증

더이상 용수 포구엔 배가 들지 않는다
바다를 가로질러 메워가는 저 포클레인
절부암 사연도 이제 유물처럼 떠돌겠네

왜 그리 바삐 갔을까, 놓고 가신 주민등록증
지금쯤 저승에서 불심검문 안 당할까
폐비닐 저 오존층에 갇히신 내 아버지

4월엔 멀미난다, 어질머리 저 방사탑
우리 집 궤짝까지 액운을 막아주던
독수리 저 날랜 눈빛, 눈알쪼는 그리움

■시작메모

아버지의 거주지는 낡은 굴무기 궤짝 서랍 속이었다. 백지처럼 하얗게 지워진 기억으로 생의 순간을 기다리고 계실가 싶어서 어머니는 아버지의 주민등록증을 태우지 못했다. 간간이 술에 취한 아버지의 노랫소리가 들려왔고, 그쯤에서 잊고 살던 시계 초침소리도 들려왔다. 그 많은 소리들을 어머니는 혼자서 감당하고 있었다.

■제주어 풀이

(1)제게=빨리 

(2)가신고=갔을까

(3)동티=금기에 의해 손을 대거나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그를 관장하는 신의 노여움을 사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것

(4)눈빗=눈빛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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