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法)의 양면성
법(法)의 양면성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6.29 1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요즘 들어 우리 사회에는 대화와 이해, 양보 등으로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법대로 하자’는 것을 먼저 떠올리고 실행하려는 경향이 아주 짙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위나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국가 지도자가 그 상대에 대해 법적 조처를 하겠다며 고소하는 실정이니 더 말하면 입이 아플 지경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고소, 고발, 소송 등이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법이 해결해주는 것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불완전한 현재의 법체계가 사회적 변화를 섬세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맹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럴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법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고비용·비효율 문제가 발생하여 결국 사회에 지나친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법에 호소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간, 비용, 정력 등의 소모가 매우 많고, 상호 간에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예로부터 다른 것은 다하더라도 소송만은 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다. 

법이란 물리적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을 말하는데,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력을 지닌 국가 및 공공 기관이 제정한 법률, 명령, 규칙, 조례 따위를 가리킨다. 법이 강제적 구속력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도덕이나 관습과 같은 사회적 규범과는 근본적인 차별성을 가진다.

이러한 법의 기본적인 목적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데에 있다. 질서는 평화를, 정의는 공정을 확보하는 데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집단생활을 통해 형성되는 인류공동체 사회에서는 상호 간에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는데, 그것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이 존재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은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처벌과 보호라는 양면성이다. 누가 보아도 법에 저촉되는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도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응징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권의 보호 측면에서는 이러한 양면성이 일견 정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범죄 행위로 인해 상해나 손해를 입은 사람의 측면에서 보면 전혀 다른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 범죄 행위의 대상이 된 사람에게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입은 손해와 피해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법을 통해서는 그에 대한 보호나 보상을 받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성폭력이나 학교폭력 등의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지만 진실과 억울함을 알림으로써 가해자는 처벌을 받고, 자신은 국가나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는 일이 법적 조처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게 되면 자살, 전학, 이사와 같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법이 가해자의 인권은 강조하고 보호하면서도 피해자의 억울함과 피해는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돌아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해자의 인권과 권리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고통과 피해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를 동시에 보호하고 보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만드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근래에 들어서는 성(性)에 대한 발전적 인식이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성범죄에 관한 법 적용에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분야의 입법과 법 적용에서도 피해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어 한층 발전적으로 된 법체계가 구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