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꼬메 오름을 찾아서
노꼬메 오름을 찾아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6.2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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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햇살이 유난히 고운 날이다. 아지랑이가 먼저 나와 봄소식을 알린다. 화사한 등산복 차림으로 나선 사람들의 복장에서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모처럼 주말이라 지인들과 함께 운동겸 환경정화를 위하여 두 봉우리로 이루어진 큰노꼬메 오름을 찾았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왜 산을 찾느냐는 질문에 정곡은 산이 저기에 있으니까이다. 저마다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죽을 때까지 걸어야 하는 운명 같은걸 타고 났다고 할까, 걷지 않으면 안되는 삶이기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다. 정상까지 2.32로 왕복 6에 육박한 거리이다. 오종종 고개를 내민 들풀들이 초록 봄 단장을 하며 꽃을 피우기 위해 한창 분주하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기나긴 겨울을 이겼냈을 들꽃의 생명력이 경이롭기만 하다.

노꼬메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변신을 꿈꾸는 요정처럼 오름의 모습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일행 중 한명이 노꼬메가 무슨 뜻 인줄 아느냐며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이름을 알아야 하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 녹고산鹿高山 으로 사슴鹿, 높을, ,으로 사슴들이 뛰노는 산이라고 한다. 덕분에 오름의 유래와 명칭을 알게 되었다.

평소 집 근처 오름을 산책 삼아 자주 다녔던 터라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오죽했으면 별명을 날다람쥐라 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웃음부터 나온다. 구불구불한 경사진 둘레를 지나 정상에 서니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넓게 펼쳐진 전경이 눈부시다. 아름다운 곳일수록 아껴야 하기에 저마다 쓰레기를 주워 담을 마대를 챙겨 들고 작업에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라 너무도 깨끗해서 쓰레기 찾기가 보물찾기에 가까웠다. 세상 온갖 시름 모두 내려놓은 찰나의 순간 신선이 된 기분이다. 청아한 공기와 어우러져 마음마저 뻥 뚫린다. 이런 기분을 만끽하려고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가. 자연이 주는 행복을 다시 맛보기 위하여 산을 내려와야 한다.

오름 사이로 즐비하게 늘어진 풍광들,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풍경들 사이로 미관을 헤치는 송전탑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제주는 자연이 있어 수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아 간다. 제주 관광의 경쟁력도 이러한 천혜경관이 원천이다. 하늘이 내려준 천혜의 자원을 인간들의 필요에 의해 하나, 둘 씩 빛을 잃어 가고 있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이처럼 산은 단순히 놀이의 대상이 아니라 치유의 대상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사람들도 자연에게 받은만큼 되돌려 주어야 할 것이다.

정상에 서니 한라산 전경이 환상이다. 노꼬메 오름과 어우러져 한결 멋스럽다. 누구나 산을 오르지만 산정기는 인간에게 거룩한 하산을 소망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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