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X파일
  • 부남철 기자
  • 승인 2021.06.24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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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X파일’이라고 하면 1994년에 방송된 TV시리즈‘엑스파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드라마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스컬리와 멀더 요원은 과학과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기이한 미제 사건들을 해결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그들은 미제 사건들을 모아놓은 파일을 미지수 엑스를 따 ‘엑스파일’이라고 부른다. 멀더는 그 사건들의 배후에 국가 기관, 나아가 지구 정복을 꿈꾸는 외계인들의 거대한 공모 체제가 있다고 믿는다. 의사 출신의 스컬리는 처음 멀더의 ‘엑스파일’을 몽상이나 악몽쯤으로 치부하지만, 갈수록 ‘엑스파일’의 실재 가능성에 이끌리게 된다. 이 시리즈는 방송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사회적으로는 음모이론을 확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우리나라에 X파일이 등장했다.

TV시리즈로 존재하던 X파일은 2005년 우리 현실에 등장하며 세간의 이목을 끈다.
2005년 1월 인터넷을 기점으로 ‘연예인 엑스파일’이 등장하면서 X파일을 현실로 끌어낸다.
이 파일은 국내 최고급 스타 99명과 유망 신인 26명의 신상정보를 담은 파워포인트 형식의 파일로 원래 이름은 ‘연예인 종합 평가-광고모델 디비 구축을 위한 사외전문가 뎁스-인터뷰(심층 인터뷰·Depth-Interview) 결과 보고서’라는 제목을 갖고 있지만 이 파일에 온갖 연예게의 뜬소문과 그에 기반한 평가들을 한데 모아놓았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엑스파일’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다. 당시 이 파일을 근거로 온갖 소문이 떠돌면서 연예인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다.

2005년 7월, 당시 MBC 이상호 기자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도청 내용을 담은 테이프를 입수해 삼성그룹과 정치권ㆍ검찰의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했다. 이를 통해 고질적인 정경유착, 국가정보기관에 의한 광범위한 불법 도청 문제, 삼성그룹에 대한 소극적 수사, 언론의 보도 행태 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2021년 또 하나의 X파일이 우리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대선 정국에서 ‘윤석열 X파일’이 튀어나오면서 여야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실체 여부를 떠나 ‘누가, 왜’ 만들었는지를 두고 여야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윤석열 X파일’을 가장 먼저 언급한 사람은 국민의힘 전신(前身)인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낸 신지호 전 의원이다.
신 전 의원은 5월 24일자 ‘주간조선’에 ‘검사 윤석열 파일은 왜 야권서 등장했을까’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윤석열 파일’의 실체를 공식화했다.  신 전 의원은 칼럼에서“최근 여의도 정가에 ‘윤석열 파일’이 등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용이 자못 흥미롭다. (중략) 파일에는 윤석열 검사가 수사하면서 특정 피의자를 친소(親疏)관계 때문에 봐주는 등 사건처리를 엄정하게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심지어 재벌 비위 수사를 뭉갰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썼다.

신 전 의원이 칼럼이 게재된 다음 날인 5월 2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개혁국민운동본부’ 집회 현장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수많은 사건, 윤우진 등에 대한 파일들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윤석열 X파일’에 대한 불을 지핀다.

이어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이 지난 19일 페이스북에‘윤석열 X파일’을 봤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가 또다시 X파일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치권은 연일 X파일의 실체와 작성자를 놓고 공방을 펼치고 있으며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X파일을 봤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함으로써 사회적 의혹만 키우고 있다.

여야는 서로가 파악하고 있는 X파일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X파일의 공개가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감추는 것은 더 큰 의혹과 소문만을 만들어 내면서 음모론만을 키울 뿐이다.

사생활이 공개될 수도 있겠지만 대선 후보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공개되는 것을 바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아픔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선 전초전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음으로써 추후의 시빗거리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도 탈탈 털어서 법정에 세웠는데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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