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식(默食)과 묵언(黙言)
묵식(默食)과 묵언(黙言)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1.06.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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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말은 생명과도 같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가(政街)에는 말 같지 않은 말이 넘쳐난다. 일부 정치인은 위기를 모면하려 거짓말을 하고 변명을 거듭한다. 결국 제 꾀에 스스로 넘어갈 때도 있다.

정치인의 말로 인해 사회적정치적 갈등과 반목이 커지는 일이 허다하다.

정치인의 험언(險言)과 허언(虛言)에 국민들은 상처받고 분노한다. 적과 동지를 가르는 살벌한 진영정치에 포용과 타협, 협치는 없다. 이른바 내로남불과 입방정만 있을 뿐이다.

공자는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실천하기 어렵다’(其言之不怍 則爲之也難)고 했다. 말이 가진 위험성을 통찰하고 말과 실천의 관계를 성찰했던 성현의 계시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화자를 구속한다. 말을 할 때마다 그 말이 초래할 부끄러움을 떠올려야 하는 이유다. 입은 재앙의 문(口是禍之門)이고 혀 밑에 도끼가 있다(舌底有斧)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일본 식당가에서는 침묵의 식사, 묵식(默食)이 유행한다고 한다. 한 식당 주인이 식사 도중 침방울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한 자구책이 전국으로 번졌다.

말의 성찬이 거나하게 차려질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떠올리면 우리도 묵언(黙言)까진 아니라도 가급적 말을 적게 하고 가려하는 정치인에게 한 표 더 주기 운동이라도 펼쳐야할지 모르겠다.

그만큼 후보자들의 말의 무게와 가치를 꼼꼼히 살펴보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 부적합한 인물을 뽑아놓고 공약이 빈말로 끝나고 나서야 차라리 말을 말든가하는 뒤늦은 한탄을 해선 안 될 일이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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