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알리는 ‘도체비고장’ 활짝…누구에게나 열린 숲길
여름을 알리는 ‘도체비고장’ 활짝…누구에게나 열린 숲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6.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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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사려니 숲길(3)

고사리 곳곳에…독성 있어 식용·약용 주의
월든 삼거리~사려니오름 구간 막아 아쉬워
무장애 나눔길 1.2㎞ 조성…열린 무대도 갖춰
널빤지길·난간 등 설치, 교통약자 이용 용이
남조로 출입구 북적…주차장·대중교통 편리
산수국. 제주어로는 도깨비처럼 자주 색을 바꾼다고 ‘도체비고장’이라 한다.
산수국. 제주어로는 도깨비처럼 자주 색을 바꾼다고 ‘도체비고장’이라 한다.

■ 관중, 그리고 고사리

숲길을 걷다 보면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게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관중(貫衆)이다. 마을에서 많이 보이는 소철과도 비슷하게 생겼다. 보통 우리가 식용하는 고사리는 햇볕을 좋아하는데 비해 이들은 그늘을 좋아해서 숲속에 많이 분포한다. 잎을 활짝 편 모양이 마치 과녁에 꽂힌 화살처럼 보인다고 해서 관중(貫衆)’이란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 전역과 일본, 사할린, 쿠릴열도, 중국 동북부 등 극동지방에 분포되었다. 사전을 찾아보면 어린순은 식용하며 뿌리는 약재로 쓰인다고 나와 있으며 정원이나 공원의 큰 나무 아래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고사리를 함부로 식용해선 안 된다. 제주에만 해도 수십 가지 고사리과 식물이 자라는데 대부분 고사리에는 독성이 있어 식용 및 약용할 때는 한약방의 처방을 따라야 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고사리는 산언덕과 들판에서 난다. 고사리를 많이 꺾어다 삶아 먹으면 맛이 매우 좋다. 갑작스런 열을 내리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하는 약성을 지닌다. 맛이 좋다고 해서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양기가 줄어들고 다리가 약해져서 잘 걷지 못하게 되고, 눈이 어두워지기 때문이다라 했다.

관중고사리.
관중고사리.

■ 월든삼거리 삼나무숲

물찻오름 입구에서 동쪽으로 1.8거리에 이르면 월든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월든에 대해 어디에 설명이 있을까 하여 이리저리 살폈으나 찾지 못했다. 아무래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살았던 호수 이름이자 대표 저서에서 빌린 것 같다. 그가 죽고 나서 유명해진 그의 저서 월든20세기 환경운동의 원천으로 재발견되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이끌었다.

삼거리라고는 하지만 남쪽으로 뻗은 사려니오름까지 10.8구간은 보통 때는 막아 버려 행사기간이나 특별히 신청을 해야만 갈 수 있다. 길 이름 사려니를 무색케 한다. 사려니 숲길을 열기 전에는 마은이나 거린오름에 갈 때 걷는 호젓한 숲길로 오름인들에게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길을 한 번 가려면 어쩌다 실시하는 행사기간을 기다려야 한다.

여기서부터 남조로 출입구까지는 5로 길의 구조를 보면 물이 자주 고이는 곳이나 경사진 곳은 시멘트 포장을 해놓아 먼 길을 걷는 사람들을 성가시게 한다. 그러나 이젠 곳곳에 나무로 관찰로나 우회로를 만들어 놓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월든삼거리 이정표.
월든삼거리 이정표.

■ 산수국처럼 가볍게

여름 장마가 시작되면 산수국 꽃빛이 짙어진다. 나무마다 꼭 같진 않기에 여러 가지 색을 번갈아 즐기는 재미가 있다. 갓 펴지기 시작할 때 노랑에 가까운 밝은 초록으로 시작하여 하얗게 변했다가 청색에서 보랏빛으로 변해간다. 그래 도깨비처럼 자주 색을 바꾼다고 제주어로 도체비고장이다.

하지만 우리가 꽃잎으로 착각하기 쉬운 것은 무성화다. 진짜 꽃은 가운데 잘잘하게 꽃잎까지 갖추어 피고, 이 잎은 멀리 있는 벌이나 나비를 불러 모으기 위한 청객 담당이다. 그래서 가운데 양성화의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스스로 힘을 빼고 뒤집어져 말라버린다. 그게 겨울까지 남아 꽃 장식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시인은 이렇게 표현한 것일까?

뒷모습이 고운 계절/ 길가 숲속/ 연보라빛// 낯붉힌/ 신비로움/ 장맛비에 씻길까봐// 발 동동/ 가슴까지 저려/ 퍼렇게 멍든// 환희 - 고성기 산수국전문

무장애 나눔길 입구.
무장애 나눔길 입구.

사려니숲 무장애 나눔길

남조로 출입구가 500m 정도 남았을까? 양쪽으로 길을 가로지르는 널빤지로 만든 길이 보인다. ‘사려니숲 무장애 나눔길이라 쓰인 안내판을 읽어보니 장애인과 노약자, 또 임산부와 어린이 등 교통약자 층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산림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조성한 길이라 했다.

국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숲길로 삼나무 숲속의 신성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제주의 대표적인 무장애 나눔길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쪽으로 노폭 1.7m, 총길이 1.2로 조성했는데, 남쪽 연장선상에 열린 무대까지 갖추었다. 이곳에서 해마다 에코힐링 체험행사가 열리며 더불어 음악회도 열린다.

이 사업은 2020년 녹색자금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녹색자금 51700만원을 지원받았으며, 총사업비 86100만원을 들여 조성한 곳이다. 널빤지길 외에도 쉼터 및 점자안내판, 안전난간 등을 설치해 교통약자 층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산림청에서 주관한 2020년 녹색자금 지원사업평가에서 무장애 나눔길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남조로 숲길 진입로 표지목.
남조로 숲길 진입로 표지목.

■ 남조로 출입구로 나오면서

비자림로 출입구에서 걷기 시작하여 10 정도 걸은 끝에 남조로 출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은 비자림로 출입구와 달리 길가에 주차장이 남북으로 조성되어 있어 길손들이 북적대고 있다. 차와 간단한 음료를 파는 트럭에 손님들이 자주 들고나는 것을 보면 장사가 좀 되는 모양이다.

제주로 놀러오는 관광객들이 주로 렌트카를 이용해서인지 주차장이 멀리 떨어진 곳보다는 바로 연결되는 곳을 선호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도 이곳은 괜찮은 편이다. 바로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오가는 버스 정류소가 있어서이다. 물론 비자림로 출입구에도 정류소는 있지만 제주시와 서귀포를 직접 오가는 정류소에서는 조금 멀고, 바로 타는 곳은 버스가 많지 않은 까닭이다.

그나저나 숲길을 걷는 내내 편치 않았던 건 마스크 때문이었다. 신선한 공기가 넘쳐나는 숲길에서 마스크를 꼭 끼고 걸어야만 하는 현실이 서글펐다. 생각 같아서는 나는 코로나19 예방 접종 끝낸 사람이오라고 크게 쓴 리본을 달고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참고 뚜벅뚜벅 걸었다. <계속>

*다음은 제주시 외도동 외도물길 20로 이어집니다.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울창한 사려니 숲길.
울창한 사려니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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