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한증과 의료 사각 질환 ①
다한증과 의료 사각 질환 ①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6.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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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진 한의학 박사

한방에서 근본치료를 표방해도 대다수 양방 대증치료를 선택하는 이유는 한방의 주 치료수단인 한약이 건강보험이 안돼 비싼 데다 오래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질환이 중해서 오래 걸리는 것인데도 당장 진통이 진정되는 스테로이드, 항생제, 호르몬제, 신경 안정제류의 대증치료를 선택하는 것은 덜 고통스럽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양방에서 대증 치료하는 질환들의 공통점은 ‘근본 원인불명’이라는 점이다. 원인은 연구된 바가 아직은 없으나 증상 발생기전을 통해 증상을 조절하려다 보니 앞서 언급된 약들로 처방이 귀결되곤 한다.

다한증은 겨드랑이 손발 사타구니 머리에 집중되는 ‘국소적 다한증’과 ‘전신적 다한증’으로 분류된다. 양의학에서는 땀샘 분비와 관련된 기전을 차단하는 약을 먹이거나 연고를 바르거나, 보톡스 시술을 동원해서라도 땀을 줄이려는 ‘피부과적 접근’과 과도한 땀샘을 파괴하는 고주파 시술과 땀샘에 관여하는 신경을 절단하는 교감신경 차단술 같은 ‘외과적 처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과 진지하게 상의하기에도 부끄러운 증상이기에 고생하는 환자 수에 비해서 전문적으로 치료해주는 클리닉이 흔치 않은 편이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한의원에서 다한증을 치료하는지를 모르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다한증 클리닉이 있는 양의원에서 수 개월에서 수 년에 걸쳐 치료를 받다가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해 그제야 혹시나 하고서 한의원을 찾아오는 중증의 다한증 환자들을 치료해내다 보니 양방 다한증 치료의 한계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게 됐기에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구를 구하기 위한 1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 정의에 50분을 쓰고 나머지 10분 동안 문제를 풀겠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우선 몸이 땀을 내는 이유를 헤아리는 측면에서부터 다한증에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그냥 땀이 나는 현상에 대한 피부 땀샘 수준의 피상적 기전이 아니라 땀이 나는 근본 이유를 몸과 외부환경을 종합해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한의학에서는 병적으로 땀이 나는 경우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스트레스나 열성 음식 섭취 과다로 속 열(裏熱症)이 과다 축적돼 이를 급히 배출하기 위한 ‘실증형(實症)’과 장기간의 과로로 인한 기력소진(亡陽症)으로 땀구멍을 닫지 못해 생기는 ‘허증형(虛症)’이 그것이다.

이처럼 한의학적 다한증의 원인인 이열증과 망양증은 아직은 종양도, 염증도 아닐뿐더러 호르몬 수치로도 측정하기 어려운 병인이다. 기질적, 구조적 변화까지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지만 기능적으로는 병적 상태인 질환들이 한의학의 주된 관심 영역이 있던 이유는 한의학이 주류였던 예전 시절이 요즘처럼 진단이 성행하고 수술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선진국이 되어갈수록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게 되면서 수술 없이 치료하는 한방스타일 선호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계속>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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