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진화에 기여하는 정당정치
민주주의 진화에 기여하는 정당정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6.1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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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전 성공회대 교수·논설위원

37살 정치평론가인 벤 샤피로는 ‘미국은 어떻게 망가지는가’라는 책에서 미국이 두 동강났다고 보았다. 즉 미국인들은 여러 번 국가적 이혼을 고려해 왔다. 미국이 건국한 것은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결혼이었을 뿐 사랑의 결실로 인한 결혼이 아니었다는 진단이다. 분열주의자들은 미국을 지켜온 연합주의자들을 내침으로써 미국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38살 국회의원 지망생인 이준석의 제1야당 대표 당선은 그 자체로 신선한 정치적 변화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반대를 위한 반대, 막말정치, 지역연고정치, 반공우익 극단주의정치에만 의존해 왔던 정당이 한국 민주주의 진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정당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만약 신임 야당 대표가 기성 정치인들을 설득하고 결집하여 세력을 모아낸다면 정권교체도 할 수 있다는 포부를 드러낸 게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이준석 대표는 노무현 정부가 만들어 낸 국가장학금을 받고 유학을 갔다 온 뒤 벤처 창업과 교육봉사활동을 했다. 20·30세대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그의 정치적 삶은 순탄치 않았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요청으로 정치를 시작해서 3회 국회의원에 도전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이 사이 무려 다섯 번이나 당적을 옮겨 다녔다.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었으나 윤리위 결정에 따라 당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그 역시 현실정치의 불쏘시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변화속도가 사회변화속도에 뒤진다고 생각하는 그의 정치관은 정치를 확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정책을 바꾸고 싶었던 게 20대 정치인 시절의 순진한 꿈이었다. 이제 그의 말대로 공존을 중시하는 ‘비빔밥 정치’는 어떤 장애물을 넘어야 할까?

첫째, 그는 야권 지지세를 자당 내부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현재 시중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법무부 외청 책임자를 어느 시점에서 입당시킬 수 있을지 뜸을 들이고 있다. 흔히 생각하듯이 그를 찾아가고 쫓아가서 영입하려는 게 아니다. 시한을 정해놓고 당에 들어오려면 오라고 말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이 검사 출신 인기인은 제3지대에서 창당을 통한 새로운 정치를 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정당인 국민의힘을 통해 편하고 안전한 쉬운 길을 택할 것인지 정하지 못함으로써 그의 등장을 기다리는 지지자들을 지루하게 만들고 있다. 

둘째, 그는 과거 새로운 정치의 상징으로 불렸던 대통령 후보 경력의 경쟁자가 대표로 있는 정당과의 합당을 잘해낼 수 있을 것인가? 이번 국민의 힘 대표 경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요구는 한 마디로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며 정권 교체하라는 뜻이었다. 이를 위해 당선 가능한 인물을 공천하는 것이야말로 이 대표가 해야 할 당면과제이다.  

셋째, 그는 외부 인사 영입과 타당과의 합당뿐만 아니라 당내 유력 대권후보들을 공정한 경선과정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인가? 이 대표는 미국 유학 중이었음에도 방학기간에 유승민 의원 인턴생활을 했었다. 그리고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경선 참여를 주문해야만 한다.

넷째, 그는 두 개의 시장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 전 비대위원장을 끌어 들일 수 있을까? 정치는 선택의 미학이다. 전 비대위원장을 당내로 복귀시키는 일만큼 전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의원을 복당시켜야 할 터인데 과연 조화의 정치를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이밖에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말하는 소득·주거·돌봄·의료·문화체육·환경·교육·노동 8대 신복지 정책에 대한 대안도 제시해야 대안정당으로서 자기역할을 다하는 셈이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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