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을 좀 주시오
장작을 좀 주시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6.0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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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가락회보 편집장·논설위원

며칠 전 인도 델리의 청년 쿨빈덜 씽의 문자를 받았다. “코로나로 인해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산소호흡기에 의존 상태이며, 아내는 회복되었고, 나는 입원 중입니다.” 위로 회신을 보내지 못했다.

30대 초반의 씽씨는 델리대학 출신으로 영어·힌디어가 능통하고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여 소통에 지장이 없으니 친근하다. 필자가 인도 방문 시마다 역사문화를 설명하며 행사 안내를 맡아 인상에 남는다.

언론사마다 인도 코로나 감염 확산 상황을 주요 기사로 내보내고 있다. 백신을 자체 생산한다고 자랑하는 인도가 아닌가?

현재 일일 신규 확진자 수 35만명, 확진자 누계 2200만명, 코로나 2차 대유행으로 하루 40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는 암울한 소식이다.

넓은 면적(세계 7위)에 인구(2위)가 13억8000만명의 나라. 중소도시나 대도시에는 지방 출신 근로자들이 몰려 살고 있다. 코로나 확산 원인은 ▲밀집해 사는 많은 인구 ▲느린 백신 접종률 ▲부실한 의료시스템을 지적한다.

힌두교 축제에 수천, 수만 명이 마스크 없이 몰렸으니 이제와서 축제를 허용한 정부에 원성을 퍼붓고 있다. 병실과 치료제, 산소 공급 부족으로 ‘의료 붕괴’ 상태다. 

세계 언론은 ‘갠지스강에 시신 수십 구가 떠내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갠지스(Ganges)강은 인도인들에게는 젖줄이요, 성스러운 강(聖江)이다. 그 강은 히말라야산록에서 발원하여 인도 북부지역을 지나 벵골만으로  흘러드는 길이 2460㎞나 되는 최대의 강이다.

수도 델리도 갠지스강에 인접한다. 인도 북부의 고대 역사관광도시 바라나시(Varanasi)를 끼고 흐르는 갠지스는 인도인에게는 저마다 소원이 담긴 곳. 죽으면 그곳 강가 화장장에서 시신을 불태우고 재를 갠지스강물에 뿌리는 게 평생소원이다.  그래야 ‘환생’할 수 있다는 힌두신앙을 믿기 때문이다. 환자는 화장장 관리소에 ‘장작값’을 미리 지불한다. 죽을 때를 기다린다. 

필자는 인도 순례 시마다 고색창연한 바라나시를 찾아 강가에 설치된 20여 개 화장장과 유가족들의  모습을 봤다. 그곳 공간에는 화장용 목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현재 인도는 코로나로 사망한 시신을 화장할 공간은 부족한데 시신은 넘쳐나는 형국이다. 도시공원이나 주차장이 모두 임시 화장장으로 돌변했다.

뉴델리 시내 임시 노천 화장장에서 계속 연기가 피어오른다. 시신을 흰 천에 덮고 끈으로 묶어놓고 화장 순서를 기다린다. 화장장이라야 벽돌로 화장단(壇)을 만들어 그 위에 장작을 쌓아 시신을 얹어 놓고 불을 지른다. 

유가족들은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장작 비용까지 지불해야 한다. 화장비용도 문제지만, 목재(장작)가 턱없이 부족하여 유가족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무더위가 계속되는데 시신을  야외에 그대로 방치할 수가 없다. 유가족들은 할 수 없이 강변에 나가 간소한 장례의식을 치른 뒤 시신을 그냥 강물에 떠내려 보낸다. 이들은 힌두에서 염원하는 ‘환생’을 포기한 것인가. 화장할 장작을 구할 수가 없으니 별도리가 없다. 장작을 좀 달라고 애원할 곳조차 없다.

갠지스강물은 신성하지만, 어쩔 수 없이 죽은 자를 받아 내려보낸다. 

인도에  우리 교민은 1만여 명이다. 델리, 남부 첸나이에 집중되고 있다. 델리. 첸나이, 콜카타의 한인회는 교민들의 안전에 고심하고 있다. 그곳 교민 700여 명이 귀국했다. 주인도한국대사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 700여 곳이 일부 제한적으로나마 운용한다는데, 과거 필자가 방문한 델리 인근 세계 최대의 산업단지 노이다(Noida)에 있는  삼성, LG전자 공장이 무사하기를 기원한다.

코로나가 종식되는 날 다시 한 번 노이다 지구의 한국 공장을 방문하고 싶다. 세계 각국에서 산소호흡기가 지원되어 코로나 사태가 호전되기를 바라면서….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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