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국을 구한 제주의 호국영웅
위기의 조국을 구한 제주의 호국영웅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5.3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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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제주도 보훈청장

제주도는 우뚝 솟은 한라산과 수백 개의 오름이 있고 곶자왈의 푸름으로 덮여있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섬이다.

아름다운 섬이지만, 근현대 역사 속의 제주는 일제의 강점과 4·3사건 등 수많은 시련과 함께하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모든 시련과 탄압을 극복하고 광복의 기쁨을 맞이했지만, 그 기쁨도 잠시 제주는 또다시 1948년 4월 3일 엄청나고 격한 시련을 맞이한다.

또한 4·3사건 와중에 맞이하는 6·25전쟁, 지리적 환경으로 6·25전쟁의 직접 피해지는 아니지만, 풍전등화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제주의 수많은 젊은이가 자원입대했다.

자원입대한 사람 중에는 일반인도 있었지만, 중·고등학교 학생뿐 아니라 최초의 전투여군, 어린 소녀 학도병도 있었다.

해병대 1기, 2기는 해군에서 차출됐지만, 자원입대한 3기와 4기는 오로지 이곳 제주도 사람으로, 지금의 모슬포 해병대에서 훈련을 받고 한 번의 주저함도 없이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해 한국전쟁의 터닝 포인트를 만드는 등 큰 전과를 올렸다.

이후 이곳 제주 모슬포에는 육군 제1훈련소가 설치돼 1956년 해체될 때까지 약 50만 명에 이르는 신병을 배출하는 등 후방 전략기지의 핵심이었다. 

6·25전쟁 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참전해 자신을 초개와 같이 던진 수많은 제주도민 중에서 후세에 길이 빛날 제주 출신 4인의 호국영웅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평안남도 자개리 전투의 영웅 한규택 상병이다. 한 상병은 해병대 3기로 자원입대해 기관총 사수로 자개리 전투에 참전 중 1950년 11월 적의 총공격으로 아군의 부상자가 속출하는 위기상황에 처하자 이미 적탄에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도 적 기관총 2정을 명중시키고, 또 다른 기관총을 격파하려는 순간 총격을 입고 산화함으로써 우리 국군은 위기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중동부전선 도솔산 전투의 영웅 김문성 중위다. 김 중위는 해병대 4기로 자원입대해 인천상륙작전에 참가, 역사적인 전훈을 세웠고 이후 1951년 6월 중동부 전선의 핵심 요충지이자 난공불락의 요새인 강원도 양구지구 도솔산 1181고지 탈환작전 중 선두에서 소대를 지휘하다 장렬히 전사함으로써 고지를 탈환할 수 있었다.

세 번째로는 백마고지의 영웅 강승우 중위다. 강 중위는 강원도 철원지역을 방어하던 육군 보병 제9사단 소속으로 1952년 10월 새벽 소대원 2명과 함께 박격포탄과 수류탄으로 온몸을 무장한 채 수류탄을 뽑아들고 적의 화기가 불을 뿜는 가운데 육탄으로 돌진해 난공불락의 적 기관총 진지 3개를 모두 파괴하고 장렬히 산화함으로써 백마고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네 번째로는 펀치볼 전투의 영웅 고태문 대위다. 고 대위는 1951년 8월 강원도 인제지구 펀치볼 동북부 884고지 탈환 선봉 소대장으로, 백병전을 펼쳐 고지를 탈환하는 데 성공해 전황을 아군에게 유리하게 전개시키는 결정적 전과를 올렸고, 1952년 11월 전략적 요충지인 강원도 고성지역 351고지 방어 중 적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다 중과부적으로 진지 사수가 어렵게 되자 중대원들을 안전하게 철수시킨 뒤 본인은 적탄에 장렬히 전사했다.  

4인의 호국영웅은 모두 혁혁한 공을 인정받아 무공훈장을 받고 ‘이달의 6·25전쟁영웅’과 전쟁기념사업회가 발표한 ‘100인의 호국인물’로도 선정됐다. 또한 제주도에서도 국가를 위해 기꺼이 산화한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 호국영웅 한규택로, 김문성로, 강승우로, 고태문로 등 영웅 4인의 이름으로 명예도로를 지정하고 표지석을 세워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널리 선양하고 있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덧 71년, 대부분 사람들 기억 속에서 전쟁이란 단어가 점점 잊혀 가고 있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소중한 역사다. ‘역사란 거울을 보면서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일이다’란 말이 있다. 지금 평화가 지속된다고 해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는 우리를 냉철하게 돌아보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항상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제주 출신 4인의 호국영웅 외에 조국 수호를 위해 자신을 초개와 같이 던졌던 이름 없는 영웅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 기억하자.

아름다운 섬 우리 제주에는 나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수많은 현충시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찾아보고 조국을 구한 제주 호국영웅들의 고귀한 희생을 가슴 깊이 새겨 보자. 작지만 이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나라 사랑이고 보훈을 실천하는 첫걸음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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