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비탈길 돌고 돌아 ‘천상의 계곡’으로
굽이굽이 비탈길 돌고 돌아 ‘천상의 계곡’으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5.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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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부. 네팔 최초 국립공원 랑탕 히말라야를 가다(1)
랑탕 히말라야로 가는 길. 험준한 계곡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라 손에 식은 땀이 흥건할 정도로 긴장이 됐다.
랑탕 히말라야로 가는 길. 험준한 계곡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라 손에 식은 땀이 흥건할 정도로 긴장이 됐다.

■ 히말라야 3대 트레킹 코스
장엄한 히말라야 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울창한 산림과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랑탕 히말라야, 제주 산악인의 한을 품은 산이기도 합니다.

제가 랑탕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선 것은 2009년 4월입니다. 당시 제주산악회 랑탕 트레킹 팀과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년이 지났습니다. 

에베레스트 BC, 안나푸르나 트레킹과 함께 히말라야 3대 트레킹 코스로 꼽는 랑탕 히말라야는 네팔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랑탕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랑탕 히말의 설산을 조망할 뿐 아니라 거대한 암벽의 장관을 바라보는 네팔 최초의 국립공원이기도 합니다. 

우리 대원과 가이드, 포터(짐꾼)까지 함께 탄 대형버스가 복잡한 카트만두를 벗어나자 포터와 가이드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들이 여러 물건을 두들기며 흥겹게 노래 부르는 가운데 버스는 한참을 달리다 한 작은 마을에서 잠시 멈춥니다.

“여기서 랑탕 히말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했지만, 뿌연 매연으로 산이 시원스럽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처음으로 랑탕 히말라야를 마주했습니다.

다시 출발하려는데 어느새 포터들이 버스 지붕으로 올라가서 앉더니 다시 흥겹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참 즐거운 민족입니다.

한나절 천길 벼랑 같은 깊은 계곡의 비포장길을 오르내리기를 몇 차례, 얼마나 흔들렸던지 머리가 어지러워 멀미가 날 즈음 둔체라는 도시에 도착, 점심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주변을 보니 트레킹 온 사람들로 북적거려 가이드에게 “여기서 출발하느냐”고 물었더니 이 도시에서 고사인쿤드와 랑탕, 두 코스로 갈라진다고 합니다. 우리 일행은 오늘 랑탕계곡 입구에 있는 샤브로베시란 마을에서 1박을 한 후 내일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답니다. 

수많은 트레커 사이에는 만삭의 여인도 있습니다. 잔뜩 부른 배를 받쳐 들고 트레킹에 나선 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몸으로 트레킹 할 수 있을까? 차를 타고 그 험한 길로 여기까지 오는 것도 무리였을 텐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갈 길은 그리 험하지 않다고 했지만, 마을을 벗어나자 계단식 밭이 넓게 펼쳐지고 다시 계곡으로 곤두박질치듯 좁은 길 따라 내려갑니다.

험준한 산등성이에 계단식 밭과 함께 마을이 형성돼 눈길을 끈다.
험준한 산등성이에 계단식 밭과 함께 마을이 형성돼 눈길을 끈다.

차를 타고 위험한 길을 내려갈 때면 나도 모르게 손잡이를 꽉 잡는 버릇이 있습니다. 한참을 이렇게 힘줘 잡았더니 손바닥에 식은 땀이 흥건합니다. 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기를 몇 차례, 드디어 차가 계곡 아래로 들어서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저 산을 넘어서면 티벳”이라는 설명을 듣고 있는데 계곡 주변 집마다 긴 나무에 오색 깃발을 걸어 놓은 게 보여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티벳 사람들이 사는 집’이란 표시로 ‘룽다’라고 합니다.

랑탕 지역은 고대 티벳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살기도 했지만, 중국에 영토를 빼앗긴 후 많은 티벳 사람이 히말라야산맥을 넘어와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이루기도 했답니다. 룽다는 바로 티벳 민족임을 나타내는 표시라는 것입니다.

다시 샤브로베시를 향해 길을 재촉하며 달리는 차 안에서 티벳에 대해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사실 1992년에 두 차례나 티벳 여행 계획을 세웠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 랑탕에 왔기 때문에 산 너머가 티벳이란 말에 마음이 무척 설렜습니다(그토록 고대하던 티벳은 2011년이 돼서야 갈 수 있었습니다).

■ 거대 협곡 사이 작은 도시 ‘샤부로베시’
차는 계곡 길 따라 한참을 달린 끝에 드디어 오늘 숙박지인 샤부로베시에 도착했습니다. 거대한 협곡 사이에 있는 조용한 작은 도시입니다. 

내일부터 시작할 트레킹 준비로 포터들이 떠들썩한 사이 밖에 나와 이집저집을 기웃거려 보지만,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골목도 돌고 다시 큰길로 나와 한참을 서성거렸지만, 사람들 모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험상궂은 개가 나를 감시하듯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영 불안합니다. 네팔에는 들개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기억나 부지런히 걷는데 개도 같이 따라옵니다. 뛸 수도 없고, 주변을 살펴보니 한 가정집 마당에 아주머니 두 분이 쪼그리고 앉아 뭔가 하는 모습이 보여 얼른 그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개는 따라오지 않았지만, 황급히 들어오는 저를 보고 아주머니들이 놀랍니다. 카메라를 들어 보이며 사진을 찍는다고 손짓하자 아주머니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다시 하던 일을 마저 합니다. 이들은 펜치를 들고 이빨을 빼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마을에 병원이 없는지 집에서 손수 아픈 이빨을 빼는 듯합니다.  

히말라야 깊은 산 속에 사는 셰르파, 티벳, 타칼리, 타망 등 소수민족 대부분은 불교를 믿는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마을 집마다 룽다가 많습니다.

계곡 건너 가파른 절벽에 길이 있는지 짐을 진 사람들이 말을 끌고가는 게 멀리 보입니다. 마방들이 티벳으로 장사를 다니는 길이랍니다. 옛날 티벳이나 네팔 등 가파른 산을 넘어 장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말에다 짐을 잔뜩 싣고 히말라야산맥을 넘나들며 장사했는데 아직도 일부 지역에는 저런 마방길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버스 지붕에 올라탄 포터들이 장단을 맞추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버스 지붕에 올라탄 포터들이 장단을 맞추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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