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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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5.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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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

국제통증학회에서 정의하고 있는 통증이란 실질적 또는 잠재적 조직 손상과 연관된 불쾌한 감각 및 정서이다.

이미 해를 입었거나 또는 그럴 위험에 처한 신체부위에서 두뇌에 도움을 청하는 비상 경보라는 의미이다. 나쁜 소식이니 당연히 불쾌하고 외면하고 싶을 것이다. 기원전 1500년경에 이미 아편을 사용한 기록이 파피루스에 남아있듯이 진통제는 가장 오래된 약들 중에 하나이다. 또한, 장담하건데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약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들은 통증을 피하기 위하여 우리가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들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증이 없는 삶은 더 나을까? 만약 발가락에 가시가 박혀도 통증을 못 느낀다면 어떻게 될까? 당뇨병이 오랫동안 조절되지 않으면 말초 신경에 손상이 오는데 이걸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라고 한다. 상하지 말단에 주로 발생하는 당뇨병의 주요 합병증 중 하나이다. 초기에는 심한 통증이 발생하거나 감각이 예민해지지만 신경손상이 더욱 진행되면 오히려 감각이 없어진다. 신발 안에 날카로운 이물질이 들어가 발에 상처가 생기고 피가 나도 알아채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당뇨 합병증이 있으면 미세 혈류도 좋지 않아 상처도 잘 낫지 않고 감염으로 조직이 괴사하여 할 수 없이 절단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생긴다.

예를 하나 더 살펴보자. ‘선천성 무통각증 및 무한증’(CIPA) 환자는 통각이 전혀 없다. 유전 질환으로서 신경성장인자(NGF)라는 체내 물질의 수용체에 일어난 변이가 원인이다. 이 환자들은 크고 작은 외상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날카롭거나 뜨거운 것을 잘 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통증과 연결된 무의식적 반사행동의식적인 조심성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비록 고통을 느끼지는 않지만 반복적인 외상의 결과로 여러가지 신체적인 변형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사고로 목숨을 일찍 잃기도 쉽다.

통증을 느끼는 정도는 성별에 의해 차이가 난다. 여성이 더 예민하다. 동물도 암컷이 통증에 더 민감하다고 하니, 사회 문화적 환경의 영향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어렸을 때는 통증을 유발하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 남녀 간에 차이가 없지만, 대략 12세 이후부터는 뚜렷해진다. 여성이 통증을 더 잘 느끼도록 발달된 된 원인은 알 수 없다. 자식을 낳고 기르는 역할을 고려하면 외부 위협에 더 예민해지는 방향이 여성에게 더 유리하고, 사냥과 경쟁에서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남자는 통증에 둔감해지는 편이 낫다고 진화의 과정에서 선택된 것일지도 모른다.

신체에 가해지는 위협을 찾아내서 경고해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통증을 느낄 수 있음에 기꺼이 감사해야 한다. 또한 통증은 위험에 처해있으니 살펴봐 달라는 신호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정확하게 진단하려는 노력이 우선이다. 진통제로 통증을 덮어버리려 급급하지 않는 것이 나중의 더 나쁜 결과를 피하는 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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