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의 ‘대권 시험’
원희룡의 ‘대권 시험’
  •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 승인 2021.05.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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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이 좀 그렇지만, 양다리 걸칠 줄 알았다. 지방자치단체장직을 수행하면서 자신이 속한 당(黨)내 대선후보 경선에 나와 1위를 하면 사표 쓰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지면 다음 지방선거에 또 나오고. 2017년 봄 이재명 성남시장 처럼. 당시 이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3위에 그쳤고 2018년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로 출마해 당선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대선후보 지지율이 한 자릿수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도지사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원희룡답다. 원 지사는 지난달 21일 “제가 두 번 도정을 운영했으면 내년 도지사 선거 이후는 새로운 리더십에 넘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도지사 3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제394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2차 본의회 도정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다.

그러면서 “대선까지는 10개월 정도 남아있다. 올해 1년은 조선시대 500년보다 긴 드라마가 될 것”이라며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배수의 진’이다.

제주도정에 레임덕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서는 “국가권력이든 지방행정 권력이든 임기가 있는 이상 영원히 기세등등할 수는 없다. 개혁을 해야할 때가 있고 민생을 챙기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다만 제가 도민들과 약속한 일들에 대해선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정가는 도지사 3선 불출마를 공식화한 원 지사가 언제 사퇴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 주간지는 원 지사의 사퇴 시기를 7월로 보도했다. 원 지사와의 인터뷰 기사다. 여기저기서 술렁술렁하자 제주도는 “특정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당내 경선 일정을 감안하면 원 지사의 사퇴 시기는 7∼8월이 유력해 보이기는 하다. 언제 사퇴할 지는 모르겠지만, 도지사 3선 불출마를 선언할 때 약속한 것처럼 마무리는 잘 했으면 한다. 

원 지사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법대 선배이자 대통령 선거에도 세 번이나 출마했던 이회창 전 국무총리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해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당시 40대 소장파 의원으로 당에 할 말은 했으며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해 선전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회의원 3선, 제주도지사 재선, 미래통합당ㆍ국민의힘 최고의원, 도지사 3선 불출마 선언, 대권 도전. 원 지사의 화려한(?) 정치 이력이다. 그의 정치는 진화하고 있다. 단련으로 쌓인 내공도 만만치 않다.

원 지사가 고(故) 김영삼 대통령처럼 중학생 시절 꿈이 대통령이었는 지는 모르겠다. 정치에 뛰어든 것을 보면 대통령을 꿈꾸고 있고 정점을 향해 몸을 던지는 것 같다.

원 지사의 대선 레이스는 첩첩산중이다. 우선 미미한 그의 지지율이다. 자신의 SNS와 중앙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에 쓴소리를 하고 있지만, 지지율 반등은 없다. 10개월 남은 시점에서 지금의 지지율로는 불안하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역부족이다. 아직은 말이다.

원 지사는 도지사 3선 불출마 선언 후 중앙정치권의 유력 인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말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했다. 원 지사는 지난달 27일 아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주도를 찾은 김종인 전 위원장과 만났다”며 “국민의힘이 민심을 담을 중심이 됐으면 좋겠는데 지금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어떨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굉장히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의 말처럼 국민의힘은 아직까지도 서울ㆍ부산시장 재보선 선거 압승에 취해있는 것 같다. 명색이 제1야당인데, 대선 후보군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다. 그야말로 ‘도토리 키재기’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윤석열과의 관계 설정도 국민의힘이 대선을 앞두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과감하게 도지사 3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권 도전’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원희룡의 선택, 그의 대권 시험지가 펼쳐졌다.
시험을 잘 치르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공부’하면 원희룡 아닌가. ‘대권 시험’ 잘 보기를 바란다.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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