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사회 정의
기후 위기와 사회 정의
  • 부남철 편집국장
  • 승인 2021.04.2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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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전 세계 40명 정상이 화상으로 한자리에 모여 기후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참가국들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탄소 가격제’ 추진, 배출권거래제 확대 등의 정책도 제시됐다.

이날 회의에는 멕시코 출신의 10대 소녀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국제청소년 기후 운동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리더인 시예 바스티다(19)는 이날 회의에 직접 출현해 각국 정상들에게 기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직접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바스티다는 특히 “전 세계 지도자들은 화석연료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수용해야 한다”며 “기후 정의가 사회 정의라는 사실과 일치해야 지구 온난화가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와 포츠담대 연구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온실가스를 감축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춰도 세계 절대 빈곤층은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팀은 현재 작성 중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서 채택한 공통사회경제경로(SSP)에 따른 기후변화 정책과 세계 절대 빈곤층의 추이를 예측 분석한 논문을 이날(현지시각)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했다.(DOI : 10.1038/s41467-021-22315-9)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과 함께 유엔총회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가지를 채택했으며 그 첫 번째로 빈곤 퇴치를 꼽았다. 국제 기준(1일 1.9달러(한화 약 2200원) 수입) 이하의 극빈 가구를 줄이는 게 목표다. 

연구팀은 기온 상승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은 개발도상국에서 더 심하고 세계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한 국가 안에서도 빈곤층이 각종 이상기후 등 기후영향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탄소탄소가격제(탄소세, 배출권거래제 등)를 통한 완화 정책을 중심으로 따져봤다. 분석 결과 세 시나리오 모두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재분배 정책 없이는 기후 완화 정책들이 빈곤의 증가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저서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기후온난화는 불평등 상승과 더불어 21세기 초 지구가 당면한 주요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두 쟁점은 긴밀히 연결돼 있으며 두 문제는 같이 접근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케티는 탄소배출이 가장 부유한 나라들의 상위 계급으로 구성된 소수의 배출집단에 크게 집중돼 있으며 중하위 계급의 눈에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상위계급이 높은 생활 수준을 누리며 자신들을 계속 굽어보고 있는데 자신들에게 탄소배출을 줄이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탄소배출에 대한 누진세 시행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기존 24.2%에서 추가로 올려 연내에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새롭게 추진될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제주특별자치도도 연초에 기존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보다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전략인 2050 기후변화 대응계획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도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의 실천주체인 도민 참여를 통해 이행 실천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2050 저탄소제주비전포럼과 탄소중립 민관합동 TF를 구성·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몇 년 새 사회적 약자들이 온난화에 따른 급격한 이상 기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 하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온난화는 단순히 이상 기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정의와 관련된 문제라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못 하면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제주도가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런 입장이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바스티다가 회의에서 밝힌 “기후 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일 뿐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기회임을 인식하라”라는 말이 귓가를 맴돈다.

부남철 편집국장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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