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제주사회 갈등이 블랙홀로 빨려드는 형국이다.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도정질문에서 극단의 갈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도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을 비롯해 제주사회 찬성‧반대 논리와 입장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면서 원희룡 지사와 더불어민주당 홍명환‧이상봉 의원 등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원 지사가 제2공항 정상 추진 입장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한 것을 놓고 홍 의원이 “민의 역행”이라고 날을 세우자 원 지사는 “프레임”이라고 받아쳤다. 이 의원은 원 지사가 갈등 유발 금지 합의를 파기했다며 서류를 찢어버렸다. 고성과 설전이 오갔다.
원 지사의 3선 불출마 깜짝 선언으로 도정질문 맥이 빠진 터라 충돌은 더욱 도드라졌다.
지금까지 갈등이 깊어지는 동안 양 극단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현 공항 포화상태와 확충 가능성, 그에 따른 제2공항 필요성 여부로 압축된다. 제주미래와 환경 수용력도 엿보인다.
이제 제2공항 갈등은 팩트 체크의 영역을 지나 가치 충돌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찬반에 따른 이른바 확증편향의 고착화로 논리적 설득과 타협은 더 이상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면 도민사회 반목과 대립은 회복하기 어렵게 될지 모른다.
제2공항에 대한 정상 추진이든 백지화든, 아니면 대안 제시든 국책사업에 대한 결단의 시간이 다가왔다. 정부가 최종 선택하는 시점은 도민 갈등 증폭의 양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마침 내년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제2공항 갈등에 대한 심판의 시간이 될 것이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