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보이스피싱…특단의 대책 필요
진화하는 보이스피싱…특단의 대책 필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4.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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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갈수록 지능화하면서 피해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제는 더이상 속을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보이스피싱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지역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과 피해 규모는 2015년 335건에 피해액 24억원에서 지난해는 474건에 피해액이 85억원으로 늘었다.

피해자 중에는 가정이 파탄난 경우도 있다.

갈수록 대담하고 정교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뿌리 뽑을 방법은 없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공기관을 사칭해 계좌로 송금받는 방식이었지만 최근엔 저리 대출 등을 핑계로 돈을 직접 받아 가로채는 대면 편취수법이 유행이다.

피해자를 안심시키려고 가짜 사무실을 차려놓고 영상통화로 확인까지 시켜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코미디나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가 될 정도로 오래된 범죄 유형인데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범죄조직 입장에서는 누군가 걸려들기만 한다면 이보다 쉬운 돈벌이가 없다. 경제난에 코로나19까지 겹쳐 고액의 아르바이트 유혹을 떨치지 못해 현금 수거책이 되는 사람도 문제다. 실직자나 취준생 뿐 아니라 비교적 안정된 직장 종사자도 꼬일 정도다.

제주지역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10건 중 8건 이상은 이른바 ‘대출빙자형’이다.

기존 대출금을 갚으면 이자가 싼 대출로 갈아타게 해주겠다고 속여 현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 474건 중 86.6%인 406건(72억4000만원)이 이런 대출빙자형이라고 한다. 피해자 1명당 평균 피해 금액이 4000만~5000만원에 달한다.

이제 보이스피싱은 어눌한 말투의 조선족이 등장하지 않고 노인만을 대상으로 삼지도 않는다.

제주농협 등 금융기관의 협조로 피해자가 현금을 범행 계좌로 이체하는 피해는 다소 줄면서 일부분의 성과는 거두고 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 신고를 알아챌 수 있도록 해킹 기능을 갖춘 특정 애플리케이션까지 피해자에게 설치토록 하는 등 범죄수법이 날로 고도화 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단순히 재산 피해를 입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생돈을 날린 부담감 때문에 가출을 하거나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으로 향하는 일도 심심찮다.

제주경찰은 보이스피싱 전담팀을 구성해 근절에 나서기로 했다. 끝을 봐야할 때가 됐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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