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4.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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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수필가·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어맨다 고먼의 시 제목이다.

고먼은 지난 1월 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자작시를 낭송했다. 노예의 후손이라고 밝힌 그는 22세 흑인 여성으로 하버드대 출신인 계관시인이다.

그녀는 “나는 옭아맨 쇠사슬을 끊고 세상을 바꾼 자유투쟁자의 후손이다.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가 빛을 바라볼 용기가 있고, 스스로 빛이 될 용기가 있다면 빛은 언제나 존재한다. 우리 함께 오를 언덕은 분열이 아니고 통합의 언덕이다. 그리고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때 우리가 바라는 자유 민주주의라는 언덕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036년 미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면서 자신의 시가 위대한 미국 통합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고먼의 시를 빌어 취임사에서 협치와 통합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2017년 문 대통령의 취임사도 이에 못지않게 국민에게 신바람 나는 명 취임사였다. “공정과 정의, 그리고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도 껴안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4년 동안 기다려도 국민은 두 동강이 났고 좌·우 이념논쟁은 극과 극이었다. 중도층은 어느 말을 따라야 할지 어리둥절하였다. 게다가 믿었던 백신 부족, 청년 일자리, 부동산 정책 등으로 신뢰와 공정이 무너졌고 심지어는 거짓말 변명으로 분통이 터졌다. 

‘민심은 천심이다’란 말이 있다. 지난 4월 7일 실시한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는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명언에 실감이 가는 선거였다. 

민심이 쓰나미처럼 차갑게 돌아선 원인을 굳이 이야기한다면 조국 사태로부터 시작하여 추·윤 갈등으로 정점을 찍었다.

오죽해야 노무현 좌장이던 유인태는 추미애를 보고는 “‘내 명을 거역하고’란 말을 할 때부터 알아봤다”고 하면서 경박한 발언이라고 일갈했겠는가. 늦게나마 정세균 전 총리도,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최근에 쓴 소리를 했다. “나의 옳음으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낡은 이념 투쟁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했다. 다른 한 분은 “오만과 위선으로 협치는 없고 극단의 대결 정치가 있었다”고 경고했다.

공자께서 정치의 성공은 한 글자로 말한다면 서(恕)라고 했다. ‘恕’는 남을 배려하는, 곧 ‘인’(仁)의 구현이다. 따라서 군자는 덕으로 다스리고 파벌을 만들지 않으며 恕를 통하여 국민통합을 이루고 좋은 정치를 한다는 뜻이다.

이제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선거의 의미는 주권자의 민심의 어디 있는지를 측정하는 메커니즘이다. 정치인은 선거를 통하여 눈을 뜨고 귀를 열게 한다. 그러함에도 민심을 모르는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선거 참패 이후 당내 쇄신을 위한 반성문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반성은 고사하고 감히 누구 덕에 당선됐는데 배은망덕이라고 문자 폭탄을 받고 있다, 당분간 포스트 조국을 기대했던 강성 지지자들의 반란이 지속되면서 민주당은 조국 수호냐 조국 손절이냐를 놓고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시장 선거 압승에 취해 국민의힘은 당권과 정당 간 통합, 그리고 대선후보를 들러 싼 소위 ‘아사리 판’ 분열이 시작되었다. 

인간은 왜 이처럼 분열과 권력투쟁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일까. 그 이유야 뻔하다. 국민은 안 중에 없고 자신의 권력욕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과히 제왕적이다. 그 제왕적 권력으로 대부분 교도소행과 국민적 분열뿐이었다.

혹여나 희망을 가졌던 문재인 정부도 Naeronambul이란 유행어만 세계 언론에 남기면서 문 대통령은 조국에게 무슨 마음에 빚을 졌을까 하는 궁금증만 더하게 된다. 

이제 1년 남은 기간이지만 경제기조의 과감한 변화와 국정 쇄신이 필요하다. 이념갈등 분노의 정치 제발 그만 하고 청년 일자리와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희망의 빛을 보여라. 

좌파경제와 포퓰리즘으로 천국을 만들겠다는 나라들은 한결같이 비참하고 배고팠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가 오를 언덕은 공정과 정의가 바로 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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