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보편주의를 넘어 ‘보편적 사회보호체계’
선별·보편주의를 넘어 ‘보편적 사회보호체계’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4.2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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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열 제주대학교 실버케어복지학과 교수·논설위원

지난 3월에 제주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실버케어복지학과에서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문재인 정부 복지정책 성과와 신복지체제의 구상’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초청 특강이 있었다.

발표자는 김연명 중앙대 교수(전 청와대 사회수석)였다. 특강의 내용에서 언급된 신복지체제로서의 ‘보편적 사회보호체계’를 발표자료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 전 세계는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중산층조차도 기본적인 삶의 안정을 위협받는 ‘대전환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위기는 삶의 불안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국제사회는 2000년대에 들어와 대전환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 발전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광범위하게 논의해 왔는데 사회 분야에서는 ‘보편적 사회보호’의 구축으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경제 성장 위주의 사회 발전 패러다임을 주창해 온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평등의 증가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특히 보편적 사회안전망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온 세계은행이 포용적 성장의 기초로써 포괄적 사회보호정책 및 노동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된 시민들의 삶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수년간의 논의 끝에 2012년 ‘사회적 보호에 관한 국가최저기준’ 권고를 18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최근에 부상하는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도 대전환기의 시민적 삶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대안 중의 하나이다. 고용과 소득상실의 불안에 대한 정책 대안으로 거론되는 기본소득의 문제의식은 전향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으나 기본소득이 삶의 불안정을 해소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하다. 국제사회의 대전환기에 발생하는 시민들의 삶의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패러다임을 논의하고 있는데, 핵심적 문제의식은 급변하는 경제사회 질서 속에서 ‘국민들의 기초적인 삶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로 집약된다. 특히 2015년 세계은행과 국제노동기구가 공동으로 합의하고 국제적 캠페인을 시작한 ‘보편적 사회보호체계’의 구축 필요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편적 사회보호체계는 그동안 사회발전전략에서 상반된 입장을 취해 온 세계은행과 국제노동기구가 공동으로 캠페인을 제안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았으며, 그 이후 OECD, EU 등 주요 국제기구의 광범위한 승인이 이루어졌고, 국제연합(UN)이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s Goals)에 발맞추어 2030년까지 각국에 기초적인 생활보장체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하는 ‘보편적 사회보호 2030’이라는 국제적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보편적 사회보호’가 지향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현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획일적 평균주의가 아니라 각국의 경제사회적 발전 수준, 그리고 사회적 위험의 종류에 따라 선별주의와 보편주의를 융통성 있게 적용하여 모든 시민들에게 개별 국가의 상황에 맞는 ‘포괄적’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정책수단도 단일 모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 국가의 상황에 따라 현금 혹은 현물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 사회보험 혹은 조세 방식의 제도, 그리고 인적 자본, 생산적 자산, 직업 접근법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제도적 형태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사회 발전 전략에서 크게 상반된 입장을 고수해 오던 두 집단의 보편적 사회보호체계 구축을 위한 공동 캠페인 전개과정은 제주 사회복지의 참여 주체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는 것 같다. 복지서비스 주체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사회복지가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또다시 하게 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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