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로 떠오르는 로부스타 커피
구원투수로 떠오르는 로부스타 커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4.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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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월간커피 발행인

커피나무를 재배할 수 있는 범위를 나타내는 커피 벨트(coffee belt)는 적도를 기준으로 남북회귀선 25도 사이의 지역을 가리킨다. 커피 존(coffee zone)이라고도 불리는 커피벨트는 평균 기온 20도, 강우량은 1500~2000mm 정도로 서리가 내리지 않고 지나치게 기온이 높거나 낮지 않은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국제커피기구(ICO)가 발표 한 세계 10대 커피 생산 국가들인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온두라스, 인도, 우간다, 멕시코, 과테말라를 포함해서 세계 70여 개국의 커피 생산 국가가 모두 커피벨트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커피 애호가들은 어느 나라 커피를 가장 좋아할까.

커피 플랫폼 사이트 ‘더컵(www.the-cup.com)’의 최근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꽃과 과일 향이 매력적이고 산미가 일품이며 전체적으로 화사한 에티오피아 커피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중남미 지역의 커피 강국인 콜롬비아의 커피를 즐겨 마시며, 케냐와 과테말라가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인도네시아산 커피가 순위에 들었다.

세계 최대의 커피 산지 브라질과 생산량 6위 온두라스, 9위 멕시코가 있으나 선호도가 낮았으며 페루, 니카라과, 탄자니아,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등도 커피 산지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이 언급한 수치를 나타내는 버즈량이 그리 높지 않아 순위에서 제외됐다.

커피는 더 정확히 설명하면 ‘코페아 아라비카(Coffea Arabica) 커피나무의 열매’이다. 커피의 발견지인 에티오피아 삼림에는 자연에서 교배된 수천 가지의 품종이 실재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커피 품종은 대략 12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커피 열매는 커피체리(coffee cherry)라고 부르는데, 품종과 생산국의 재배환경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우리가 과일로 먹는 포도알의 반이나 3분의 2 정도이며 과육은 얇고 열매 대부분은 씨앗으로 구성돼 있다. 바로 이 씨앗을 커피콩, 생두(生豆)라고 부른다. 겉면이 녹색을 띠고 있어 영어로는 그린 빈(greenbean), 다른 말로는 원두(原豆) 또는 그냥 커피라고도 한다.

커피콩을 얘기할 때 아라비카와 함께 19세기 말 벨기에령 콩고에서 발견된 코페아 카네포라(Coffeea Canephora)라는 학명을 가진 로부스타(Robusta)까지를 포함해서 얘기한다. 하지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두 가지는 생육조건이나 향미가 크게 달라 현재 커피산업의 주류를 이끄는 스페셜티 커피 세계에서는 아라비카 커피만을 최고의 커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라비카는 8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자라며, 로부스타는 해발 700m 이하의 낮은 지대에서도 잘 자란다. 카페인 함량은 로부스타가 아라비카보다 두 배나 많지만, 좋은 향미를 골고루 갖춘 아라비카에 비해 로부스타는 쓴맛이 강하다. 재배가 쉽고 병충해에 강한 로부스타는 경제적인 이점도 크기 때문에 원가를 낮춰야만 하는 인스턴트커피에 많이 쓰인다. 

날이 갈수록 커피 애호가들은 품질이 뛰어난 고급 커피인 스페셜티 커피를 더 선호하는 추세라 풍미가 더욱 뛰어난 아라비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업계 역시 원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 가능하면 품질이 낮아도 아라비카 커피를 채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미래의 커피산업은 그리 낙관적이질 못하다. 월드커피리서치(WCR)에 따르면 2050년쯤 되면 전 세계 커피 산지의 지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그때가 되면 세계 최대의 커피 산지가 아니며 좋은 커피를 재배하고 있는 지금의 커피 생산국들 역시 바뀐 기후로 인해 커피 농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한다.

이상기후로 인해 커피 재배환경은 바뀌고 아라비카 커피 생산과 품질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극심해짐에 따라 커피 연구자들은 로부스타의 상위 품종, 카네포라에 주목하고 있다. 이 품종은 아라비카보다 훨씬 낮은 고도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 강해서 기후변화의 위협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WCR은 이런 관점에서 2018년부터 카네포라의 재배에 관해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관련 연구 성과는 아직은 미약하지만, 로부스타에는 품질 향상을 가능하게 하는 높은 잠재력을 드러내는 유전적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해 위기에 빠진 커피산업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시도가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낸다면 로부스타 커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상기후로부터 커피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그동안 아라비카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던 로부스타 커피가 세계 커피산업의 새로운 희망이 되는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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