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장애
분노조절장애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4.2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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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 시인

얼마 전 제주공항에서의 일이다. 공항 대기실은 오가는 여행객들로 소란스러웠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밝은 표정으로 들뜨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때였다. 유리컵이 깨지는 듯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는데 덩치가 제법 큰 한 남자가 떠미는 바람에 50대 중년여성이 바닥에 쓰러지면서 내는 소리였다. 그다음은 더욱 놀라웠다. 잽싸게 일어난 여성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남자에게로 돌진하며 입에 담기 어려운 거친 욕을 해대며 닥치는 대로 온몸을 할퀴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리며 순식간에 공항 대기실은 공포의 침묵으로 조용해졌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함으로 사람들은 일시정지상태로 멈춰 서서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왜 싸우기 시작했는지 이유나 사연은 아무도 모른다. 두 남녀가 서로 등을 지고 각자 사라지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요즘 뉴스를 접하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사건·사고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묻지 마’ 폭언과 폭행이 너무 많다.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생긴 갈등으로 이웃끼리 싸움이 나고 사소한 말다툼에서 살인까지 저지르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해외에서도 20대의 백인 남성이 보복성 차를 몰아 불특정 다수의 흑인과 아시아인에게 돌진하여 어린아이를 포함하여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 마스크 미착용 등 코로나19의 피로도로 인한 충돌과 갈등도 상당하다. 모두가 ‘분노조절장애’ 때문이라고 한다.

분노조절장애는 의학적으로는 머리에 발생하는 질병이다. 주요증상으로는 조절할 수 없는 충동감과 트라우마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상태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이다. 용량초과의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가슴 속에 화가 과도하게 쌓이면 이것이 잠재되어 있다가 감정을 자극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화가 폭발하는 것이다. 화가 나고 욱하게 하는 일들은 세상에 지천으로 널려있다. 살면서 겪는 크고 작은 생활 속의 억울함이나 짜증을 모두 감정적인 표현으로 해소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게 속 풀이를 해봤자 돌아서면 후회, 남겨지는 건 상처 입은 자존감과 너덜너덜해진 감정의 흔적뿐이다.

각자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하여 화를 가라앉히는, 그래서 분노조절장애라는 덫에 걸리지 않는 긍정적이고 건강한 생활 태도를 가지면 좋겠다. 걷기와 독서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해 온 명상과 요가를 통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분노를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보다는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려 한다면, 분노조절장애로 인해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하고 슬픈 일들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조금 손해 보고 양보하는 태도로 서로 노력한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나부터 긍정적인 마음으로 실천하며 마음을 평화스럽게 다스려봐야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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