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단 한 방울의 술도 안 돼
임산부, 단 한 방울의 술도 안 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5.11.2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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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언 의사

최근 임신 중인 배우가 술 광고의 모델로 등장해 논란에 휩싸였다. 모 주류회사는 여성 인력 채용 증대와 출산·육아 지원을 명분으로 이 광고를 정당화하려 했으나, 임산부의 주류광고는 광고를 접하는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 국민건강증진법에도 위배된다.

임산부를 비롯한 모든 국민은 임산부의 술 광고가 논란이 되는 이유를 파악해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국 소아과학회와 텍사스대학교 공동 연구팀(2015년)은 와인이나 맥주 등 도수가 낮은 술도 임신 중에 단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태아의 신경계가 손상되는 등 건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고했다.

알코올 성분은 태반을 자유롭게 통과하므로 알코올을 해독할 능력이 없는 태아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용량의 알코올에 노출 시 심장기형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발달 단계의 뇌는 매우 민감하고 취약한 기관이어서 저용량의 알코올도 뇌세포의 성장에 필요한 아미노산과 당의 전달을 방해하고 혈액의 흐름을 방해해 뇌손상을 유발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뇌와 심장뿐만 아니라 뼈, 척추, 신장, 시력, 청력 등 광범위한 신체적 분야에 악영향을 미치며 지적 장애, 기억력 저하, 학습 장애, 과잉 행동, 사회적 행동 장애와 같은 정신건강의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선천성 증후군을 ‘태아알코올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소두증, 소안구증, 작은 눈구멍, 얇은 윗입술, 편평한 인중, 편평한 광대뼈와 같은 증상들 중 2개 이상이 태아에게 해당된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이 증후군에 걸린 아이에게 나타나는 장애를 치료할 방법이 명확하지 않으며 아이의 평생 건강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임산부의 술 광고가 비판을 받는 이유는 광고를 접한 사람들이 임신 중 음주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게 되면 태아에게 미칠 막대한 위험성을 간과하고 음주하는 임산부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데 있다.

이는 미래세대의 건강과 성장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임신 초기 음주를 한 경우 비음주 산모보다 12배, 임신 중기 음주는 61배, 임신 기간 지속적인 음주는 65배 더 태아에게 알코올 관련 장애가 생길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로 보아 임신 중에는 단 한 방울의 술도 마셔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과언이 아니다.

‘무알코올 맥주’와 같은 음료 역시 정확한 에탄올 수치를 알 수 없으므로 섭취하지 않는 것이 태아의 건강에 좋다.

임산부 개인의 조절도 중요하지만 임산부의 음주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도 요구된다.

현재 우리나라 임산부 중 임신 후에도 ‘1~2잔의 음주는 괜찮다’는 응답이 26.6%(보건사회연구 2011년)로 매우 높고, 남편의 61.3%도 ‘임신 중 음주’를 허용하는 실정이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동대학교 제일병원 연구팀(2010년)조사에서 우리나라 임산부의 47%가 임신 사실을 알고도 지속적으로 음주한다고 드러났으며 23%는 습관적 음주자로 보고됐다.

특히 20~30대 가임기 여성의 음주율도 59.4%(국민건강조사 2013년)로 매우 높고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임산부의 음주가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미래세대의 건강을 위해 임신 중 음주위험을 인식시키기 위한 사회적 노력에 모두 힘을 더해야 할 것이다.

대한보건협회를 비롯한 알코올관련 16개 단체는 임산부 음주의 유해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을 촉구하며 정부도 불법 광고에 대해 보다 신속하고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파랑새포럼 자료 참고).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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