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기금’으로 비극의 과거 극복하고 미래를 바라보다
‘4·3기금’으로 비극의 과거 극복하고 미래를 바라보다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03.31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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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73주년, 완전한 해결을 행해] (4) 제주4·3 미래 세대 전승
4·3 유족들이 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가 참배했다. 이날 제단에는 4·3특별법 전부 개정안과 함께 4·3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위자료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오임종 회장의 서약서가 올려졌다.
4·3 유족들이 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가 참배했다. 이날 제단에는 4·3특별법 전부 개정안과 함께 4·3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위자료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오임종 회장의 서약서가 올려졌다.

이제 곧 제주4·3 73주년이다. ‘살암시민 살아진다’에서 ‘이제야 말햄수다’로, 그리고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해 온 4·3의 굴곡진 역사는 70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완의 비극이다. 상처와 한을 가슴에 묻은 유족들은 아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버겁게 현재를 살아왔다. 그럼에도 이제는 후대에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가칭 ‘제주4·3유족 평화인권기금’(이하 4·3기금)을 통해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4·3을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승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일은 이제 본격화되고 있다.

▲4·3기금 조성 공식화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 4·3 유족들은 제주4·3평화공원 위령광장을 찾아가 참배했다.

유족들은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을 두 손 모아 정성껏 제단 위에 올린 뒤 영령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서약서’를 읽어 내려갔다.

“제주4·3특별법 개정으로 제주4·3 희생자들은 비로소 국가의 책임 있는 배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3만 영령의 피와 눈물입니다. 저는 저에게 지급되는 고귀한 배상금을 인간의 존엄과 평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금을 만들기 위해 기부할 것을 3만 영령님 앞에서 서약합니다. 앞으로도 모든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진실규명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지난달 27일 4·3 영령 앞에서 ‘4·3기금 조성’이 공식화된 것이다.

▲세계적 평화운동 확산 기회

제주4·3희생자유족회(이하 4·3유족회)는 4·3을 올바르게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 4·3기금 조성에 착수했다.

4·3유족회는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유족들이 지급받는 위자료를 기금으로 조성해 가칭 세계평화인권상 등의 평화사업과 인재를 키우기 위한 장학사업, 유족 복지사업 등의 공익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4·3유족회는 유족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구체적인 기금 조성 방안과 추진 사업, 재단 설립 등을 결정하기 위한 공론화에 나설 계획이다.

아직 4·3기금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목적과 방향은 분명하다.

오 회장은 “4·3특별법 전부 개정은 제주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과거사 해결의 모범이 될 최고의 입법 중 하나”라며 “4·3특별법 개정으로 국가가 지급하게 될 위자료를 기금으로 조성해 평화사업을 추진한다면 남아있는 과거사 해결은 물론 세계적인 평화운동으로 확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4·3유족회는 4·3기금이 조성될 경우 정부나 제주특별자치도의 예산 지원, 또는 기업의 후원에 얽매이지 않고 자체적으로 더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4·3교육, 미래세대 전승 위한 핵심

4·3유족회가 4·3기금을 통해 추진하려는 핵심 사업 중 하나는 바로 교육이다.

오임종 회장은 “과거의 큰 아픔을 올바르게 규명해 미래에 전하는 일은 현 세대가 짊어진 숙명”이라며 “영령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4·3의 역사를 고스란히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4·3유족회는 2005년부터 11년 간 매년 도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4·3 역사적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청소년4·3유적지역사기행’을 진행했다.

또 매년 30~40명의 유족들이 제주도교육청이 위촉한 ‘4·3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로서 학교 현장에서 4·3을 생생하게 증언하면서 4·3을 계승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4·3평화재단 및 제주4·3 70주년기념사업위원회 등 기관·단체와 협력해 미래 세대에 4·3을 전승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 회장은 “4·3을 제대로 교육하려면 4·3이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며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과제들은 결국 비극의 역사를 화해와 상생, 그리고 평화로 승화시켜 미래 세대에 올바르게 물려주기 위함이다”고 피력했다. <끝>

[인터뷰]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과제는? ④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4·3기금, 영령과 도민에게 보답하는 길”

“4·3 영령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고, 국민들이 주신 위자료를 다시 국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4·3기금 조성에 나섰다.”

제73년 4·3희생자추념일을 나흘 앞둔 지난 31일 제주도청 ‘4·3사건 희생자 및 유족 추가신고 접수처’에서 만난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4·3기금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회장은 “영령들을 추모하고 어려운 유족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4·3의 진상을 올바르게 규명하고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 4·3기금 조성을 서약했다”며 “이는 영령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자 제주도민과 국민들이 주신 도움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4·3을 과거사 해결의 모범을 넘어 전 세계적인 평화운동으로 확산하기 위해 세계평화인권상도 제정할 계획”이라며 “제주의 아픔을 평화로 승화시키는 과업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숙명”이라고 말했다.

4·3 희생자 명예회복과 배·보상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 과제는 4·3특별법 전부 개정으로 진전했지만 추가 진상조사와 정명, 유해 발굴 등 완전한 해결을 위한 과제는 여전하다.

오 회장은 “4·3특별법 제정 당시 이념 논쟁에 부딪히면서 배·보상과 진상규명 등 쟁점사항들이 담기지 못했다. 21년 만에 4·3특별법이 개정된 지금이 4·3을 더욱 제대로 규명할 기회”라며 “4·3유족회 역시 비극의 역사인 4·3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후손된 도리를 다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끝>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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