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제주4·3 광풍이 불었던 1948년 12월 가시리 토굴과 움막에 피신해 있던 사람들이 토벌대에 의해 몰살됐고 과수원에 묻혔다는 얘기를 어릴 때부터 들었습니다. 유해 중에는 저의 먼 친척도 있을 겁니다. 이들의 한(恨)을 풀기 위해 증언하게 됐습니다.”

31일 4·3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3구가 발견(본지 3월 31일자 1면 보도)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소재 한 과수원.

유해 발굴조사단이 찾은 직경 40∼50㎝ 크기의 구덩이 5곳 중 3곳에서 두개골 3개가 눈에 띄었다.

이들 두개골은 완전히 발굴되지 않은 상태여서 일부만 보이는가 하면 다른 두개골은 함몰돼 있기도 했다.

한 구덩이에서는 희생자 유류품으로 추정되는 고무신도 나왔다.

이 유해들은 4·3 당시 피해가 있었다는 두 개의 증언을 토대로 찾게된 것이다.

이날 과수원에서 만난 강군섭씨(78)는 떨리는 목소리로 유해 4구가 이 곳에 묻혀 있다는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들었다고 증언했다.

강씨는 “가시리 출신 강원길씨와 다른 가족인 김계화씨, 김씨의 아들 강홍구, 신원을 알 수 없는 1구 등 4구가 묻혔다는 얘기를 4·3 광풍 당시 목숨을 건진 주민으로부터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과수원에 묻힌 유해 중에는 저의 먼 친척인 강원길씨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들 희생자는 1948년 12월 21일 가시리 남쪽 우구리동산 토굴과 움막에 피신 중이던 두 가족의 시신 일부이고 토벌대에 의해 현장에서 학살됐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이 과수원 토지주도 이 곳에 유해가 5구 정도 묻혔다고 증언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4·3평화재단 등 관계 기관이 4·3사건 추가진상조사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증언자 강씨가 먼 친척이라고 언급한 강원길씨는 가시리 폭남동 주민으로 나타났다.

강원길씨를 포함한 일가족 7명이 몰살됐다. 또 다른 가족인 김계화씨 등 일가족 3명도 희생된 것으로 분석됐다.

유해 발굴조사단인 박근태 일영문화유산연구원 박사는 “증언자가 설명하는 학살 현장인 토굴, 움막은 두개골이 나온 유해 발굴지점과 300m 떨어져 있는데 유해가 옮겨진 것인지 두개골 등 일부만 옮겨졌는지 여부를 앞으로 조사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학살이 이뤄진 토굴에서 생활용기로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숟가락도 나왔다”며 “추가 조사를 진행하면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하는 유해를 더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주도는 유해 3구에 대해서는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한 후 유전자 감식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과수원에서 4·3희생자 유해발굴 현장보고회와 함께 희생자 영령을 위로하는 추도제가 진행됐다.

원희룡 도지사는 “오랜 세월 어둠 속에 계셨던 3명의 희생자의 이름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모시겠다”고 말했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