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 8000m급 등정 이뤄진 만년설 고봉
인류 최초 8000m급 등정 이뤄진 만년설 고봉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3.2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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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수확의 여신 안나푸르나 길을 걷다(2)
새벽에 일어나 숙소 밖으로 나갔더니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여명 속에 붉게 물들며 찬란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새벽에 일어나 숙소 밖으로 나갔더니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여명 속에 붉게 물들며 찬란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 세계에서 열 번째로 높은 산 
히말라야 산맥 중부에 있는 안나푸르나는 산맥길이 55㎞로 총 5개의 봉우리로 형성됐습니다. 제1봉은 히말라야 14좌 가운데 하나이며 세계에서 열 번째(해발 8091m)로 높은 산입니다.

서쪽에서부터 최고봉인 안나푸르나 1봉, 안나푸르나 3봉(7555m), 안나푸르나 4봉(7937m), 안나푸르나 2봉(7937m)과 강가푸르나(7455m)가 연이어 있고, 제3봉 남쪽에서 갈라져 나온 마차푸차레가 우뚝 솟아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안나푸르나는 산스크리트어로 ‘수확의 여신’이라는 뜻을 지닌 산으로 인류 최초로 8000m급 등정이 이뤄진 곳이기도 합니다. 1950년 6월 3일 프랑스 산악인 모리스 에르조그와 루이 라슈날이 인류 최초로 8091m인 안나푸르나 제1봉 등정에 성공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의 3대 트레킹 코스하면 ‘랑탕 히말라야 트레킹’과 ‘에베레스트 트레킹’,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를 말합니다. 세 코스 중 가장 아름답다는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는 등반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코스와 길게는 안나푸르나 산군 주변을 일주하는 라운드 코스, 짧게는 푼힐 전망대 코스 등 여럿이 있습니다.

■ 마을이든 밭이든 ‘계단식’
우리가 걷고 있는 코스는 페디에서 여러 마을을 거쳐 푼힐, 그리고 니야폴이란 마을까지 가는 6박 7일 코스입니다. 산악지역이라서 그런지 거대한 협곡의 경사진 곳에 마을이든 밭이든 계단식으로 돼 있습니다.

오늘 잠자는 숙소도 경사지에 있어 문을 열고 밖을 보면 건너 쪽 산 능선이 코앞인 듯 보일 정도니 계곡이 얼마나 깊은지 느낄 정도입니다. 계단식 밭이 끝이 없을 만큼 깊은 걸 보면 꽤 높은 산 위에서 잠을 자는지 일행 중 한 분이 약한 고소증을 호소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니 어제는 날씨가 흐려 보이지 않았던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봉이 여명 속에 찬란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너나없이 붉게 물들어가는 장관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 걷는 길은 심하게 오르지 않고 대신 내리막 경사 계단길이 길어 조심해야 한다는 가이드 설명을 듣고 마을 어귀를 벗어나자 한 무리의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달려옵니다.

네팔은 사방이 산악 경사지라서 마을이든 밭이든 계단식으로 조성돼 있다.
네팔은 사방이 산악 경사지라서 마을이든 밭이든 계단식으로 조성돼 있다.

길게 이어진 마을은 네팔 전통가옥들이 촘촘히 이어져 있어 그들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특이한 것이 지붕을 넓은 판석으로 덮어놓은 것입니다. 아마도 산악지대라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기 때문인 듯한데 이 많은 판석을 어떻게 구했을지 궁금합니다.

길가의 한 가정집 앞에서는 어린아이가 엎드려 글을 쓰고 있고, 이웃집 어머니는 갓난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습니다. 잠시나마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게 해주는 모습입니다.

■ 생활 방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굽이굽이 돌아 마을을 벗어나자 한 농부가 소에 쟁기를 얹고 밭갈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 건너 쪽에는 한 여인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 마치 옛날 제주에서 농사를 지을 때 밭갈이를 한 후 씨앗을 뿌리고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부채모양 엮은 섬피로 흙을 덮는 모습과 너무 닮아 한참을 앉아 지켜봤습니다.

어제 올라올 때 본 정낭 모습도 그렇고, 아까 마을에서 본 맷돌도 우리 것과 너무 비슷한 모습을 보면서 ‘아~생활 방식이란 누가 먼저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자연환경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제주와 네팔은 멀어도 너무 먼 곳인데 어떻게 주고받을 수 있겠습니까. 

계곡 바닥까지 내려가는 돌계단은 경사가 어찌나 심한지 자칫 넘어지면 끝도 없이 굴러갈 것 같습니다. 옛날 이 길로 말에 짐을 싣고 장사를 다녔다는 이야기를 듣고 짐을 실은 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쉬엄쉬엄 계곡에 내려서니 안나푸르나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이 시원스럽게 흘러내립니다. 계곡 옆 작은 오솔길 따라 2시간을 걸어 도착한 곳은 지누단다(1780m)라는 마을로 트레커들의 쉼터입니다. 여기서 1시간 거리 계곡 언저리에 온천장이 있어 이곳에서 하루를 묵으며 그동안의 피로를 푸는 곳이라고 합니다.

온천은 계곡 한쪽에 있는데 세계 각처에서 온 트레커들이 몰려있습니다. 신비로운 것이 계곡에는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차가운 물인데 온천물은 상상외로 뜨거워 얼른 계곡물로 들어갔더니 물살이 얼마나 거센지 잘못하면 떠내려갈 것 같습니다. 네팔 히말라야 산맥 계곡 곳곳에 이런 온천이 많아 여행객의 피로를 풀어준다고 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한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꽃을 들고 나온 동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우리 일행을 환영하고 있다.
한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꽃을 들고 나온 동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우리 일행을 환영하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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