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름’ 할머니와 ‘여자 이름’ 손자의 ‘내 이름’ 찾기
‘남의 이름’ 할머니와 ‘여자 이름’ 손자의 ‘내 이름’ 찾기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03.24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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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당시 ‘제주도의 메이데이’에 촬영된 불타는 오라리 마을의 모습. 사진=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제주4·3 당시 ‘제주도의 메이데이’에 촬영된 불타는 오라리 마을의 모습. 사진=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제주4·3 당시 유혈 충돌의 시발점이 됐던 ‘오라리 방화사건’이 영화로 제작된다.

4·3을 주제로 한 대중영화가 4·3 대중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4·3 영화 시나리오를 공모해 최근 당선작을 선정했다.

장편 극영화 부문 당선작은 ㈜렛츠필름이 응모한 ‘내 이름은…’이다.

당선작은 오라리 방화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주인공은 79세 할머니 순옥과 18세 손자 정자다.

4·3 당시의 트라우마로 70년을 남의 이름으로 살아온 할머니와, 18년을 여자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손자의 ‘이름 찾기’ 과정을 다룸으로써 4·3의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오라리 방화사건은 1948년 5월 1일 우익청년단이 당시 제주읍 오라리 마을의 다섯 세대 12채 민가를 불태우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5월 3일 미군이 경비대에게 총 공격을 명령함에 따라 4·3은 걷잡을 수 없는 유혈 충돌로 치닫게 됐다.

특히 오라리 방화사건은 미군 촬영반에 의해 입체적으로 촬영됐다. 미군 비행기에 의해 불타는 오라리 마을이 공중에서 찍혔으며, 오라리로 진입하는 경찰기동대의 모습도 촬영됐다.

해당 영상이 담긴 필름은 ‘제주도의 메이데이’(May Day on Cheju-do)라는 제목으로 현재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보관돼 있다.

지난 11~12일 공모작 72편을 심사한 본심사위원회는 ‘내 이름은…’에 대해 “4·3사건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빠지기 쉬운 회상 장면의 지나친 사용을 절제하면서도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으로 그 사건의 진실을 드러냈다”며 “또 현재의 학교 폭력과 과거의 역사적 폭력을 절묘하게 병치시킨 점도 4·3의 정서적 진실을 현재의 젊은 관객들에게 가깝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써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당선작이 선정되지 않은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의 경우 4월부터 7월까지 재공모할 계획이다.

아울러 4·3 당시 희생된 도내 10살 미만 영유아를 추모하는 예술영화도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영화 ‘폭낭의 아이들’ 제작 팀(감독 사유진·프로듀서 백선아)은 최근 촬영을 마무리하고 후반 작업에 들어갔다고 24일 밝혔다.

해당 영화는 4·3 당시 억울하게 희생당한 영유아들을 추모하기 위한 작품으로, 올해 하반기에 개봉될 예정이다.

제작 팀은 올해 제73주년 4·3희생자추념일에 맞춰 다음 달 3일 오전 10시 북촌 너븐숭이 애기무덤 일원에 영화 촬영을 위해 제작했던 가짜 무덤(헛묘)에 대한 설명을 담은 표석을 설치하는 현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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