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화국
부동산 공화국
  • 부남철 편집국장
  • 승인 2021.03.1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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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설 가운데 최고의 역작으로 꼽히는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읽은 지도 30여 년이 넘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1969년 집필에 들어가 1994년 전 5부 16권으로 완간한 대하소설이다. 

2008년 타계한 작가는 생전에 언론 인터뷰 등에서 ‘토지’라는 제목에 대해 “‘토지’라고 정한 것은 대지(大地)도 아니고 땅도 아닌 것, 즉 땅이라고 하면 순수하게 흙냄새를 연상하게 되고 대지라고 하면 그냥 광활하다는 느낌만 들어 그 밖의 것을 찾다가 나온 것입니다. 이것은 제 느낌입니다만 토지라고 하면 반드시 땅문서를 연상하게 되고 ‘소유’의 관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유라는 것은 바로 인간의 역사와 관련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작가는 토지를 문서화하면서 소유의 개념이 시작됐고 이를 통해 인간의 비극이 시작됐음을 통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에서는 소유에 대한 욕심이 개인의 비극, 국가와 민족 간의 비극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동산 공화국’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하고 있다.
특히 개발사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관련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은 온 국민의 공분을 낳고 있다. 

결국 여야는 지난 16일 LH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제 도입에 합의하면서 역대 14번째 특별검사팀 출범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LH 직원의 투기 의혹 사건을 접하면서 국민은 사건 자체의 대응을 넘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정부는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부동산 적폐 청산 및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자산 불평등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불공정의 뿌리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며 “정치권도 이 사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기를 바란다. 정부가 일차적으로 책임질 문제지만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 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은 제주로도 옮았다. 

국토교통부가 2015년 11월 성산읍을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로 발표했는데 그 해 성산읍 토지 거래가 도내 읍·면·동 중 유일하게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소속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15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달 말까지 제2공항 예정지에 대한 공무원 부동산 투기 여부를 신속히 조사해 도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현재 재직 중인 제주도 모든 공무원의 개인정보 동의를 받아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의 실거래 신고 자료와 비교·대조하는 방법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토지’ 소유에 대한 열망이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면 ‘토지’는 인간의 소유욕 가운데 최고점에 위치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도내 표준·개별주택 공시가격 결정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자 국토부가 이에 대해 반박하고 나서면서 부동산 과세에 대한 논란도 점화될 전망이다.

원 지사는 지난 16일 “표준주택 공시가격 오류로 도민과 국민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동산가격 공시업무 실태를 전면 재조사할 것을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제주도가 검증에 나선 결과 2019년 선정된 도내 표준주택에는 폐가·공가 18호와 무허가건물 16호가 포함돼 있었으며 60억5600만원의 초고가 주택이 표준주택으로 선정돼 주변 주택들의 공시가격이 왜곡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17일 “제주도의 2019년도 표준주택은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기준에 맞게 선정됐다”고 밝혔다.

부동산 대책을 이끌고 있는 국토부와 산하 기관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소설 ‘토지’에는 토지를 지키거나 빼앗기 위해 치열하게 갈등하는 모든 생명의 비극이 담겨 있다. 그만큼 토지는 삶의 젖줄인 것이다.

부남철 편집국장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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