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또박또박 역사 써내려가는 제주도민들께 감사”
추미애 “또박또박 역사 써내려가는 제주도민들께 감사”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03.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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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시작해서 제주4·3을 알게 된 그 순간 수치스러웠다. 같은 땅에 태어나 이런 비극을 모르고 살아왔고, 그러면서도 정의를 말할 수 있다는 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4·3을) 풀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추미애 전 장관이 17일 제주에서 ‘4·3해결의 은인’으로 우뚝 섰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오임종)와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이날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추 전 장관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이날 감사패를 받은 추 전 장관은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는 말을 서두에 뒀다.

추 전 장관은 “정의의 반대가 불의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무지 역시 정의의 편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잘 모르기 때문에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고, 그러다보면 정의를 갈구하는 편에 서기 보다 정의를 덮고자 하는 쪽에 힘을 보태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에서 많이 봤다”며 “처음 정치를 시작해서 만났던 4·3이 바로 그랬다. 모르고 살아왔다는 게 부끄러웠고, 충격적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무지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된 4·3 해결의 노력은 많은 결실을 이뤄냈다.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4·3 수형인 문제를 심층 조사하는 데 앞장섰으며, 군법회의 수형인과 일반재판 수형인 모두 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여는 데 힘썼다.

특히 추 전 장관은 초선 국회의원 시절이던 1999년 4·3특별법을 대표 발의했으며, 이에 앞서 4·3 수형인 명부를 국가기록원에서 찾아내 공개했다.

국회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통해 할당된 시간 내내 오롯이 4·3문제를 공개적으로 질의한 사례는 추 전 장관이 유일하다.

추 전 장관은 바로 전날 4·3 수형인 335명이 무죄를 선고받은 역사적인 순간을 언급하며 “20년이 지나서야 풀렸다. 우리 역사가 슬픔, 비극만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기쁜 날도 있구나 느꼈다”며 “또박또박 역사를 써내려가는, 그리고 인권과 정의가 무엇인가를 일깨우는 도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피력했다.

감사패 수여식에 앞서 4·3영령들에게 헌화하고 분향한 추 전 장관은 위패봉안실 방명록에 ‘드디어 영령들께 자유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 인내와 연대의 힘으로 진실, 평화, 상생을 열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취재진으로부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추 전 장관은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서로 이해하고,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하겠다고 할 때, 제가 쓸모 있다면 나설 수 있는 것”이라며 “아무 때나 나선다고 되겠나. 현재로서는 저 나름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다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추 전 장관은 감사패 수여식 이후 4·3트라우마센터를 방문했으며, 18일에는 북촌리 너븐숭이 4·3기념관과 곤을동 4·3 유적, 제주항 인근 옛 주정공장 터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한편 제주4·3평화재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6일 제주지방법원이 4·3 수형인 35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판사의 입을 통해 수형인 모두의 이름이 불렸고, 무죄가 확정됐다”며 “4·3특별법 전부개정안 의결과 재판부의 무죄 판결로 인해 4·3 수형인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입법적, 사법적 정의가 모두 실현됐다”고 환영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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