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환경이 이런데, 출산 장려가 되겠나
보육 환경이 이런데, 출산 장려가 되겠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3.1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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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에게 큰 충격이다. 가장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공간에서 아이들이 학대를 당하고 있다면 누구를 믿어야 할지 근심인 것이다.
제주시 모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은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피해 어린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어린이집의 CCTV 영상에는 교사들이 아동을 학대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피해 아동은 15일 현재까지 16명으로 파악됐는데 그중 2명이 장애 아동이다. 학대를 당해도 부모에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장애 아동이어서 더 함부로 학대했는지 의심 가는 대목이다.

어린이집의 CCTV 영상에는 믿기 어려운 학대의 장면들이 담겨 있다. 어린이집 교사가 원아를 밀치는가 하면, 배를 여러차례 때리고 발로 엉덩이를 차는 모습이 담겼다. 또 밥을 먹는 도중 식판을 빼앗는 등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교사의 행동이라고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는 또 어떤 학대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린이집 교사라면 아동 돌봄과 교육에 대한 전문성·사명감·책임감에 앞서 아동에 대한 사랑이 전제돼야 한다. 단순히 말을 잘 안듣는다고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학대한다는 것은 결국 이러한 기본이 부족한 것이다. 아동 폭행은 힘없는 어린이에게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입히는 인권침해이자 비열한 범죄 행위다. 피해 아동만이 아니라 지켜보는 아동들에게도 성인이 될 때까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경찰은 이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6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했다고 한다. 물론 가해 교사와 학대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은 처벌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보다 선행해야 할 게 있다. 교사와 어린이집에 대한 자질 검증이다. 보육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자질 미달 교사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자격시험 외에 자질미달 교사들을 걸러내는 장치가 필요하다. 현역 교사들에 대한 자질교육도 빼놓아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어린이집 인증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어린이집이 어떻게 인증을 받았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온갖 출산장려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회의 감을 느낀다.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도 만들어주지 못 하면서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참으로 큰 모순이 아닌가.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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