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이 가능한 나이
성형수술이 가능한 나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3.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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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성형외과 전문의

코로나가 오면 성형외과는 망할 줄 알았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집 밖으로 다니지도 않는데 성형이 무슨 소용인가 생각했다. 내가 산 주식처럼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대신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주므로 회의를 하고 SNS로 소통을 했다. 대면으로 만나는 사람은 많아야 한 번에 열명 내외이지만 SNS로 만나는 사람은 한 번에 수 천명에서 수 만명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화면 속의 자신의 모습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줌 스트레스라고 명명되는 새로운 신드롬도 발생했는데 평소에는 자세히 뜯어볼 시간이 없던 사람들이 카메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보기 시작하면서 이전에는 모르던 자신의 얼굴의 단점들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흐름 때문일까?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르다고 느낀 것은 어린 학생들이 병원에 많이 찾아온다는 점이다. 어린 친구들이 방문하면 나이, 병력(쌍꺼풀 테이프나, 쌍꺼풀 액을 사용하여 안 검 변색, 태선화 등이 발생했는지, 신체가 성장 중인지, 현재 얼굴의 상태가 너무 어려 보이고 앞으로 변화 가능성이 많지 않은 지)을 확인한 다음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나에게 상담한 중학생 중 절반은 수술을 하지 않고 돌려보내진다. 아마 여중생들의 저주 때문에 10년은 더 오래 살 수 있으리라.

필자가 수련 받을 때만 해도 중학생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이전엔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반은 돼야 수술을 했고 아주 문제되는 이유가 아니라면 가급적 미성년자의 수술에는 보수적인 편이었다. 점점 성형수술을 받는 나이가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어느 시점부터 수술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이 문제의 정답은 아무도 찾지 못했다.

성장의 90%가량이 완료된다고 생각하는 나이는 여자는 만 13, 14/ 남자는 15, 16세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이 즈음부터는 성형수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건 평균적인 경우이고 모든 경우에서 이 공식을 일률적으로 대입할 수는 없다. 필자의 친구도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났을 때는 머리통이 주먹만 했는데 고3 졸업할 때는 엄청나게 머리통이 커진(?) 신기한 경우가 있었다.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성장하진 않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성장이 종료된 이후에 수술을 추천하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성형 수술 후 얼굴이 변하면서 수술한 부위에 변화가 생기거나 흉터가 커지는 양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또한 아직 본인에 대한 완전한 이미지가 형성되기 전에 발생한 급격한 변화는 자아의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쌍꺼풀 수술 지금 당장 안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는 설명을 듣고 돌아가며 나를 흘깃 쳐다보는 여중생의 눈빛을 보니 오늘도 수명이 늘어나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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