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20대 엄마’가 사라진다
코로나19 충격…‘20대 엄마’가 사라진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3.1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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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포스트(後)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에 관한 보고서(한국은행 조사국)는 코로나19에 따른 직접적 인구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 감염률이나 사망률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이 젊은층의 낮은 혼인율, 저출산 행태를 심화시켜 상당 기간 인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지 않아도 아기 낳기를 꺼리는 세계 제1의 저출산 사회인데,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두렵다.

우리나라 출생아수는 1970년대에는 한 해 100만명을 넘었다. 그러던 것이 2002년(49만7000명) 50만명대가 무너졌고 해마다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2020년에는 출생아수가 27만2400명으로 줄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아이 울음소리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사라지면 그 결과는 국가 성장잠재력 약화로 나타날 것이다. 노인 부양비용 급증과 사회 활력 저하 등은 물론이다.

제주지역도 지난해 출생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초혼연령의 고령화와 20대 출산율의 저하다. 

평균 출산연령은 33세에 달했다. 25~29세 출산율(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은 2000년만 하더라도 161.9명으로 전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2010년 96.5명으로 30~34세(123.8명)보다 낮아졌다.

20대 출산율이 추락하는 것은 만혼(晩婚) 추세 때문이다. 취업난으로 청년의 사회 진출 시기가 늦어지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게 되고 결혼하더라도 출산연령이 높아진다. 

정부가 출산 장려를 위해 엄청난 돈을 쓰고 있지만, 출산율 하락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결혼이 왜 늦어지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대응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대로된 청년 일자리 부족이 미혼과 만혼을 낳고, 취업한 여성은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하더라도 보육의 어려움 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린다. 이런 중층적 인과관계의 연결고리를 끊는 대책이 중요하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코로나19 충격으로 ‘20대 엄마’가 아예 사라질지 모른다.

정부나 정치권이나 국가 장기비전을 국민 앞에 꺼낼 생각이면 저출산에 대한 근본적·종합적 대책부터 먼저 고민해주기 바란다. 돈을 얼마 준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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