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장 사진도 다 담지 못한 대탐사 여정
3만장 사진도 다 담지 못한 대탐사 여정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3.1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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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25)
‘티벳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지롱은 네팔과 국경을 마주한 서티벳의 마지막 마을이다. 거대한 산 사이에 있어 동티벳 옥룡설산 중턱에 있는 마을과 그 분위기가 비슷하다.
‘티벳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지롱은 네팔과 국경을 마주한 서티벳의 마지막 마을이다. 거대한 산 사이에 있어 동티벳 옥룡설산 중턱에 있는 마을과 그 분위기가 비슷하다.

■ 티벳 민족의 서러움 누가 알겠는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서티벳 탐사, 마지막 목적지 지롱 마을을 향합니다. 지롱은 네팔과 티벳 국경에 있는 마을로 중간 도시에서 1박을 하고 가야 한다니 꽤 먼 곳인 듯합니다.

‘마나사로바 호수를 다시 돌아보지 말라’는 어느 순례자 말 때문만은 아닙니다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밖을 내다보니 넓은 벌판에 야크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아 모두가 탄성을 지릅니다. 

달리고 달려도 그 자리인 듯 곧게 뻗어있는 포장도로, 주변으로 도시도 없는 티벳 끝자락까지 거대한 도로망을 개설한 중국의 야욕이 실로 의심스럽습니다. 도로 공사뿐만 아니라 옛 도시는 다 허물고 재개발하는 등 옛 모습을 남기지 않고 있어 여행자에게는 여간 아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리 가로등에는 중국 오성기(五星旗)를 아예 철판으로 만들어 걸어놓고, 산 위쪽이나 길거리 벽마다 ‘티벳민족과 중화민족은 하나의 가족’이란 글귀가 수없이 새겨졌는데 티벳 사람들에게 중화민족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유화정책(宥和政策)이라고 비판받고 있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의 민족정신을 강하게 주장하는 티벳 젊은이가 많다는데, 이번 탐사의 현지가이드 쨔양이나 운전사는 우리가 중국 사람이 경영하는 식당이나 호텔에 가면 상당히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유화정책에 대한 불만은 스님 등 종교인과 일부 뜻있는 국민 사이에서 표출되지만, 인구는 적고 현재 티벳에 배치된 중국 군인 수가 티벳 인구보다 더 많을 뿐 아니라 티벳에 사는 한족(漢族) 수가 워낙 많아 민족정신을 함부로 부르짖을 수 없는 실정이랍니다.

거기다 중국정부는 티벳 사람들의 삶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펼쳐 서서히 중화사상에 동화되며 스님들의 항거도 점점 어려워지는 모양입니다. 종교만 탄압하지 않는다면 정책에는 관심이 없다는 국민도 늘어난다지만, 티벳 민족의 서러움을 누가 알겠습니까.

지롱 마을 언덕 곳곳에 있는 폭포가 쏟아내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지롱 마을 언덕 곳곳에 있는 폭포가 쏟아내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 ‘티벳의 알프스’ 지롱 마을

티벳의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오늘 숙소에 도착했는데 우리보다 조금 앞서온 인도 순례팀들이 로비에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이들은 취사도구를 가져와 마당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지 시끌벅적합니다. 인도 사람도 중국 사람 못지않게 시끄럽습니다. 밤새 떠들어대는 통에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는데 새벽에 일어나 보니 언제 떠났는지 텅 비어 있습니다.

지롱으로 가려면 3시간가량 비포장도로를 차로 달려야 할 뿐만 아니라 도로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출발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얼른 서두르자고 합니다. 그동안 가뭄으로 얼마나 흙먼지가 심한지 차바퀴가 마치 뻘에 빠진 듯합니다.

한 개설공사장 입구에 도착하니 경비원이 “곧 공사가 시작되니 갈 수가 없다”고 길을 막더니 가이드와 운전사가 사정사정하자 겨우 문을 열어줍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공사차가 달려오면서 일으키는 흙먼지가 마치 연기처럼 솟아올라 온 산이 누렇게 보입니다. 

해발 5200m 산을 굽이굽이 위험스럽게 내려서니 멀리 나무숲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롱 마을이 가까워지자 산마다 나무가 울창하고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산 위에서는 폭포까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어 과연 ‘티벳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이유를 실감했습니다.

지롱은 네팔과 국경을 마주한 서티벳의 마지막 마을로, 거대한 산 사이에 있어 동티벳 옥룡설산 중턱에 있는 마을과 그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내일 네팔로 떠나면 서티벳 대탐사는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과정을 생각하자 잠을 이룰 수 없어 오늘을 위해 남겨둔 소주로 축배를 들었습니다. 지금껏 어느 여행보다 긴장되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눈앞에 영화처럼 흘러갑니다. 

네팔로 가려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지만, 간밤에 내린 큰비로 산사태가 나 도로가 거대한 바위와 흙으로 뒤덮여버렸다. 결국, 짐을 끌고 흙더미를 헤쳐나가며 겨우 빠져 나왔다.
네팔로 가려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지만, 간밤에 내린 큰비로 산사태가 나 도로가 거대한 바위와 흙으로 뒤덮여버렸다. 결국, 짐을 끌고 흙더미를 헤쳐나가며 겨우 빠져 나왔다.

■ 다시 찾고 싶은 서티벳

아침 일찍 네팔로 가려고 길을 나섰지만, 검문소에서 간밤에 큰비가 내려 산사태가 나 길이 막혔으니 기다려야 한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통과했으나 산사태가 난 도로는 거대한 바위와 흙더미가 뒤덮여 차량이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짐을 들고 무릎까지 빠지는 뻘 속을 맨발로 헤쳐나가는데 얼마나 힘이 드는지 발바닥이 다 얼얼합니다.

온통 흙투성이가 된 상태로 중국 국경검문소를 통과, 드디어 우리는 서티벳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잠시 앉아 이번 탐사에서 사진을 얼마나 찍었는지 알고 싶어 카메라 메모리카드를 살펴보니 총 3만여 컷에 달합니다.

생각해보니 셔터를 눌러도 또 누르고 싶었던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서티벳입니다. ‘따시델레’(당신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뤄지길).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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