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악성 미분양’ 주택, 1천호 넘어섰다
제주 ‘악성 미분양’ 주택, 1천호 넘어섰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3.1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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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서도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준공 후에도 장기간 분양되지 않는 악성 미분양 주택이 지난해에 이어 계속 증가하면서 위험 수위에 달했다. 이로 인해 지역 건설업계가 경영위기에 봉착, 도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제주도내 미분양 주택은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1250호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063호로 집계됐다. 제주지역에서 악성 미분양 주택이 1000호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전 최고치는 지난해 7월 집계된 987호였다.

당연히 주택분양 여건 지표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9일 발표한 전국 시·도별 분양경기실사지수(HSSI)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지역 HSSI 실적치는 68.7로 전월(76.4) 대비 7.7포인트 하락했다. 이달 전망치도 68.7로 전월(82.3)과 비교해 13.6포인트 떨어졌다.

실적치와 전망치 모두 전국 최저치다. 특히 전망치는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80선을 넘지 못 하며 전국 평균(95.0)과 비교해 크게 밑돌고 있다. 다른 지방과 달리 제주지역은 3월 이후에도 분양 전망이 매우 어둡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니 건설업계는 신규 사업을 벌일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쌓이는 미분양에 경기마저 위축되다 보니 거의 도산 상태에 있는 업체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건설업체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하청업체만이 아니라 중개업자, 영세 도장·도배, 인테리어, 가구업체 등 후방산업의 침체로 이어지고, 자금난이 심각해졌다. 최악의 경우 도내 건설업체의 연쇄 부도 등 지역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이뿐만 아니라 일자리 감소를 가져와 고용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제주지역의 경우 관광산업 투자가 곤두박질하면서 인구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 또 정부 규제로 세컨하우스 수요도 위축됐다. 이로 인해 주택 구매수요가 감소해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전국적으로 주택 경기가 좋기 때문인지 제주지역 악성 미분양 증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이미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지역의 건설업체의 줄도산을 넘어 지역경제 모두가 무너진다. 더 이상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특단의 대책을 찾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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