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4류’, 국민은 ‘1류’이니까
정치는 ‘4류’, 국민은 ‘1류’이니까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1.03.0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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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새해 봄마저 가불해서 먹은 탓인지, 입춘(立春)을 두 번이나 맞았던 ‘재봉춘(再逢春)의 해’였다.

반면 올해 신축(辛丑)년은 입춘이 없이 한 해가 시작됐다. 그렇다고 봄이 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며칠 사이에 아주 조심스럽게 봄비가 내리더니 봄기운도 살갗에 느껴진다.

그래.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 봄이 오는 것이라고 하니까. 곧 제주 섬에 꽃이 만산홍(滿山紅)하고 전농로 벚꽃거리에도 꽃비가 내리겠지.

그리고 4월이 되면 부산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벚꽃이 흐드러지고 서울 여의도의 거리에도 하얗게 적시게 될 것이다.

기상청은 올해도 봄꽃 예보를 내놓지 않았지만, 민간 기상업체에서는 올해 벗꽃이 평년보다  일찍 필 것이라고 한다.

벚꽃뿐이랴. 산과 들에 보라색 제비꽃이 지천으로 피어날 테고 민들레도 우리 것과 서양 것이 어울려 다문화 사회를 풍성하게 이룰 것이다.
 
▲꽃은 언제나 흥미롭다. 꽃잎의 수만 해도 그렇다. 신비하게도 꽃잎엔 피보나치(Fibonacci) 수열이 적용된다. 

이 수열은 처음 두 항을 1과 1로 한 다음, 그 다음 항부터는 바로 앞의 두 항을 더해 만들어진다. 즉, 꽃잎은 1장이나 2장 또는 3, 5, 8, 13, 21…장으로 불어나면서 피어난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피보나치 정치’를 말하고, 돈이 돈을 낳는 사회를 비유하기도 한다.

꽃의 신비 중에는 알지 못 하는 현상이 많다. 개화 시기도 미스터리다. 벚꽃 개화시기도 모를 수밖에 없다.

계절의 변화와 밤낮의 길이 변화 등이 발화 시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 되면, 그 때는 벚꽃이 개화하는 때를 정확히 예보하게 될 것이라는 데 그때가 언제일지….

하여튼 사람들의 마음엔 봄이 왔고 벌써 벚꽃 화신(花信)이 달뜨기 시작했다.

▲지난날. 선거 때만 되면 신문에는 ‘사쿠라꽃’의 얘기들이 장식됐다.

벚꽃을 일본말로 ‘사쿠라’(櫻)라고 하는 데, 이 ‘사쿠라’라는 말은 다른 속셈을 가지고 어떤 집단에 속한 사람을 이른다. 그런 사쿠라꽃이 올해 4·7 보궐선거 ‘표바람’에 부산에서 다시 피어나 서울 여의도까지 북상하는 것 같다.

여당 사람들이 ‘가덕도 공항’ 장터를 만들어 ‘표 장사’를 하니, 야당 사람들도 이에 질세라 ‘환영성명’을 내며 ’장터’ 한 곳에 끼어들었다.

여든 야든, 정치적 신의도 이념도 철학도 없는 완전 ‘표 장사’꾼들이다. 이 후진국형 퍼주기 매표 포퓰리즘. 이게 세계 10위권 경제국가로 성장한 한국 민주주의의 모습인가.

‘벚꽃 바람’에 취하면 동서남북(東西南北)을 모른다고 하는데, 정말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 건지 깊은 회의에 빠져드는 봄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딱 한 달’ 남았다면, 새 대통령을 뽑는 대선은 내년 3월 9일로 ‘딱 1년’ 남았다.

사람들은 ‘표 장터’를 보며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한다.

김용택의 시, ‘그랬다지요’ 처럼.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세상사가 하도 뻔뻔해서일까?

없는 소리가 들리고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하수상한 봄이다.

하지만 ‘연년세세화상사 세세년년인부동’(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해마다 꽃은 같지만, 해마다 사람은 같지 않다)이라 하지 않는가.

그래서 희망을 갖는다.

아직도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지만, 국민은 달라졌다.

우리 국민은 세계 1류이니까.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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