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덕정에서 맞이한 4·3의 새 봄…"특별법 개정 만세"
관덕정에서 맞이한 4·3의 새 봄…"특별법 개정 만세"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03.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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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벅찹니다. 74년 전 첫 총성이 울렸던 이 자리에서 새 봄을 알립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 개정에 따른 도민보고대회가 제주4·3특별법개정쟁취공동행동 주최, 제주4·3희생자유족회 주관으로 5일 관덕정 앞마당에서 열렸다.

이날 도민보고대회에는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 4·3 유족들은 물론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정연순 제주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 허영선 제주4·3연구소 소장 등 4·3특별법 개정을 위해 노력해 온 민·관 대표 및 관계자 등이 자리했다.

이날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가슴이 벅차다. 74년 전 첫 총성이 울렸던 이 자리에서 새 봄을 알린다”며 4·3특별법 개정을 위해 노력해 온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이 감사 인사를 마친 뒤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이 감사 인사를 마친 뒤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유족을 대표해 연단에 오른 강춘희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은 4·3특별법 개정 덕분에 4·3 당시 희생된 동생이 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게 됐다며 소감을 전했다.

강 부회장은 “할머니는 4·3의 한을 평생 품에 안고 살았다. 치매를 앓으면서도 4·3을 몸으로 기억했다. 남동생을 살려보려고 몸부림치던 그 한마디 ‘아기야, 울지마랑 혼저 글라’. 남편과 아들, 손자를 가슴에 품고 돌아가셨다”며 “4·3특별법이 개정돼 죽은 남동생의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곧바로 사망신고도 해야 하지만 동생이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됐다. 이제 봄이 왔다”고 얘기했다.

축사를 위해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원희룡 지사는 “4·3을 연결고리로 국민 통합의 미래를 열어 나가겠다. 화해, 상생, 평화, 인권이라는 4·3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며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인 4·3은 이제 미래를 여는 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우뚝 섰다. 4·3특별법 전부 개정을 위해 힘을 모아주신 10만 생존 희생자와 유족, 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좌남수 의장은 “4·3은 제주만의 슬픔이 아니다. 4·3의 해결은 결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닌 인간애의 문제”라며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생명과 인권이 유린됐던 수많은 근·현대사의 아픔이 4·3을 통해 새롭게 조명받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4·3은 그저 ‘살암시민 살아진다’만 되풀이하며 견디고 또 견뎌야 하는 현실이었다. 1987년 이후 ‘열린 민주주의 광장’에서 4·3은 ‘살암시민 살아진다’에서 ‘이제사 말햄수다’로 한 걸음씩 진전했다”며 “그리고 비로소 4·3특별법이 제정되고, 4·3진상보고서가 만들어지면서 ‘이제사 말햄수다’는 평화와 인권, 화해, 상생으로 승화됐다. 또 4·3특별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돼 4·3은 이제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받는 대한민국을 실현하는 희망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양조훈 이사장은 “4·3특별법이 제정됐을 당시 ‘기적 같다’고 느꼈는데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영령들이 도와주신다는 느낌도 받았다”며 “이제 4·3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과거사 해결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보고대회에서 허영선 소장은 시 ‘법 앞에서’를 낭독했으며, 세대전승 발언자로 현명준 제주대 총학생회장이 연단에 올라 우리 세대의 방식으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참석자 모두 만세를 외치며 도민보고대회가 마무리됐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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