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전 3·1절 제주섬 울린 총격…비극의 도화선
74년 전 3·1절 제주섬 울린 총격…비극의 도화선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02.25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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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이 25일 4·3평화기념관 2층에서 진행 중인 제주4·3아카이브 특별전 ‘기록이 된 흔적’에 전시된 ‘3·1사건 체계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경호 기자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이 25일 4·3평화기념관 2층에서 진행 중인 제주4·3아카이브 특별전 ‘기록이 된 흔적’에 전시된 ‘3·1사건 체계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경호 기자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통해 독립 의사를 세계에 알린 3·1절이 올해로 102주년을 맞았다. 동시에 이날은 제주4·3의 도화선이 된 ‘3·1절 발포사건’ 74주년이기도 하다. 제주4·3평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3·1절 발포사건 관련 기록물을 통해 74년 전 비극의 그 날로 돌아가 봤다.

▲3·1 기념 제주도대회 결정서

1947년 3월 1일 북초등학교 일대에서 열린 ‘제28주년 3·1 기념 제주도대회’에 참여한 도민들에게 ‘결정서’가 배포됐다.

결정서에는 ‘과거 반세기 동안 수많은 선열들이 흘린 고귀한 피가 헛되지 않고 우리 민족의 자기 해방을…’, ‘우리는 3·1전통을 계승하여 민주주의 조국건설에 일로매진할 것’, ‘민주주의 조국건설! 이것만이 우리 민족이 받은 역사의 지상명령’ 등 완전한 자주독립 국가 수립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제28주년 3·1 기념 제주도대회 당시 배포된 결정서
제28주년 3·1 기념 제주도대회 당시 배포된 결정서

이곳에 모인 3만여명의 도민들은 가두시위를 벌이며 미군정청과 경찰서가 있는 관덕정 광장과 감찰청이 있는 동문통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6살가량의 어린 아이가 기마경찰의 말굽에 치였고, 이에 화가 난 도민들이 항의하자 총격이 이어졌다. 제주4·3의 도화선이 된 3·1절 발포사건이 발발한 것이다.

▲독립신보 기사 ‘검붉은 피는 아직도…’

3·1절 발포사건은 당시 조선에서 처음 발생한 ‘관공리 총파업’(3·10 총파업)으로 확산했다.

독립신보는 1947년 4월 5일자 기사 ‘검붉은 피는 아직도 땅에 원망스러이 고여있다!!’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억압과 착취의 사슬에서 벗어나 독립의 영광을 전취하려고 왜적과 싸우다가 이 나라 이 강산을 피로 물들인 역사의 날 3·1절에 경찰의 발포로 말미암아 가장 아껴야 할 동족의 피를 또 다시 이 땅에 뿌려 6명의 즉사자를 내고 6명의 중상자를 낸 제주도의 참사는 드디어 30만 전 도민의 분격을 사게 되어 사건 발행 열흘만인 지난 3월 10일을 계기로…(중략)…156개 기관은 총파업을 단행…(중략).”

군정당국은 3·10 총파업에 맞서 응원경찰과 서북청년단 등 우파 청년단체원들을 제주에 대거 내려 보내 물리력으로 검거 공세를 전개했다. 이로 인해 1948년 4월 3일 무장봉기가 일어날 때까지 제주도민 2500여명이 무차별 검거됐다. 이렇게 제주의 비극인 4·3이 본격화됐다.

▲경찰이 작성한 3·1사건 체계도

3·1 기념 제주도대회가 당시 제주감찰청장의 허가를 받아 진행됐다는 내용이 담긴 판결문
3·1 기념 제주도대회가 당시 제주감찰청장의 허가를 받아 진행됐다는 내용이 담긴 판결문

제주4·3평화재단은 현재 4·3평화기념관 2층에서 제주4·3아카이브 특별전 ‘기록이 된 흔적’을 열고 있다.

74년 전 비극의 그날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위 두 건의 기록물 외에도 3·1절 발포사건의 원인과 경과 및 3·10 총파업 대응책 등 남로당 제주도위원회가 작성한 문건을 비롯해 3·1 기념 제주도대회가 당시 제주감찰청장의 허가를 받아 진행됐다는 내용이 담긴 판결문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당시 제주도 경찰이 작성한 ‘3·1사건 체계도’는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가 이번 특별전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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