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부남철 편집국장
  • 승인 2021.02.1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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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남철 편집국장

중국 전한 시대 원제의 궁녀였던 왕소군은 흉노와의 화친정책에 의해 흉노왕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이런 왕소군을 두고 동방규는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라고 한탄했다.

여기에서 봄이 왔지만 봄같지 않게 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는 뜻을 넘어, 계절은 좋은 시절이 왔지만 아직도 상황 또는 마음은 겨울이라는 의미로까지 사용하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입춘이 지난 지 벌써 2주가 되고 있지만 오늘까지 제주지역에는 눈발이 날리고 강한 바람이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로 떨어지는 등 저절로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날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3월을 앞둔 제주지역의 상황은 진정 ‘춘래불사춘’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전 세계 관광업계를 마비시킨지 1년동안 제주지역 경제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관광산업 역시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제주 관광산업은 하루 4만명대에 달했던 입도객이 3분의 1로 줄면서 호텔·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은 물론 관광객들이 자주 찾던 식음료업장과 전시관 같은 관광시설, 운수업 등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2015년 신설을 결정한 제주 제2공항에 대한 도민의견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가 오늘 오후 발표된다. 국토교통부는 제주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이 100%에 육박한 점을 고려해 2015년 제2공항을 신설하기로 확정했다. 그러나 환경 파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일부 도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6년 간 갈등을 겪어왔다.

두 개의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하고 있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제2공항 건설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토부가 정책 결정에 이 결과를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또다시 찬반단체 간 공방이 펼쳐질 우려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제주 제2공항 갈등 해소 특위’가 이번 여론조사를 추진한다는 데는 합의했지만 조사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는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여론조사 기관 조사 결과가 상반되게 나오거나 전체 제주도민과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가 다를 경우, 찬성과 반대 의견이 오차범위 안으로 나올 경우 또 다른 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원희룡 도지사가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2공항은 국책사업이고 여론조사 결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며 “도민들의 찬반 의견이 분분한 사업이지만 적극 유치해야 한다”라고 밝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제2공항을 둘러싼 ‘한파’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이 반대 의사를 밝혀 온 국내 첫 도심형 복합리조트인 제주드림타워에 외국인전용 카지노 확장·이전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이에 대한 도민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의회는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제392회 임시회에서 제주도가 제출한 ‘엘티카지노업 영업장소의 면적 변경허가 신청에 따른 의견 제시의 건’을 처리한다. 도의회 의견 청취는 지난해 12월 카지노조례 개정으로 카지노 소재지를 이전하면서 면적을 2배 이상 초과하는 경우 카지노산업영향평가를 거친 후 도의회 의견을 청취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관광개발은 드림타워 및 카지노 개장으로 경제적 파급효과 10조7000억원, 취업유발효과 8만3000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카지노 운영에 따른 연간 관광진흥기금 납부액만 2022년 574억원, 2025년 68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노형동 등 인근지역 주거환경 개선에 17억원, 교육환경 개선에 37억원 등을 투자하는 동시에 교통 및 환경 문제 개선에도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보다 앞서 제주도 카지노산업영향평가심의위원회는 지난해 8월 엘티카지노 확장이전(변경 허가) 신청에 대해 ‘적합’ 의견을 낸 바 있다.

도의회가 이번 임시회에서 어떤 의견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롯데관광개발이 사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드림타워 사업도 어떤 봄을 맞이할 지 결정된다.

오늘은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다. 지난 1년 코로나19라는 ‘동장군’을 견뎌온 제주지역 경제에 따뜻한 봄 기운은 와야 한다.

부남철 편집국장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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