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하게 안녕한 상태?, 신공중보건
완전하게 안녕한 상태?, 신공중보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2.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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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KBII 한국뷰티산업연구소 수석연구원)

WHO(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채택한 1948년 헌장에 따르면 건강이란, 다만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으로도 완전하게 안녕한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언급한 완전하게 안녕한 상태’(complete state of well-being)가 과연 어떤 상태냐를 놓고 이후로 많은 논란이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진정한 의미의 건강과 그 건강을 위한 활동이 단지 질병을 관리하는 일에만 치중되기보다 건강문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정신적, 사회적 환경에 대한 전문적 연구와 관리를 의미하며 이를 바탕으로 질병예방이나 건강증진 활동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공중보건(public health)이 이런 일을 위한 학문인 동시에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의 공중보건은 위생에 치중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집트에서는 물대기와 배수를 위한 상, 하수도 시설을 만들었으며, 사체매장, 수육검사, 가옥 청결법, 신체섭생법 등이 시행되었다. 그리스는 개인위생에 치중하고 위생적인 생활을 통해 전염병을 예방하였다. 최초로 히포크라테스는 질병과 환경을 연결시킨 의사로서 건강과 질병을 자연의 현상으로 보며 과학적으로 관찰하여 의술에서 관찰과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는데, 오늘날 역학적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중세기는 페스트, 콜레라 등 전염병이 집단적으로 만연하였으며 특히 14세기의 페스트는 전 유럽을 휩쓸어 전체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당시 병원균을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접촉 전염설이 커짐에 따라 검역이 시작되어 환자색출, 격리소 설치, 환자의복과 침구소각, 항구폐쇄, 검역기간 규정 등이 시행되었다. 그 외에 급수법, 식품위생법, 불순물 제거법, 건축위생법 등이 제정되어 공중보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기였다.

우리나라 보건의 시작은 고대 단군신화에서부터 비롯되었으며 단군신화에서 언급되는 5가지의 기본적인 인간사인 곡(), (), (), (), 선악(善惡)중에서 생명과 질병을 2개의 항목으로 구분하여 기술한 것은 고대사회에 있어서도 목숨과 질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았고 또한 중요하게 다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질병치료는 주술적인 방법이 주로 쓰였으나, 쑥과 마늘 같은 약물요법도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시대에는 다양한 전염병이 유행하여 전염병 대응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삼국의 공통적인 현상으로는 먼저 전염병 발생 원인을 하늘이 내리는 재앙 또는 벌로 받아들이는 경향이다. 그래서 전염병이 발생한 경우 백성들에게 곡식을 대여하거나 억울한 죄수를 사면했으며 조세를 감면하고 역을 면제시켰다. 중국의 전래된 의학과 한의학의 융합으로 하나의 의학체계가 형성되었던 시기였다. 고려시대에는 삼국시대보다 더욱 정비된 보건의료제도와 구료제도가 존재했다. 서민과 빈민들의 진료를 위한 제위보, 가난한 병자와 무의무탁한 노인들과 고아들을 치료하고 보호하는 업무를 맡은 동서대비원, 서민들의 구료를 맡은 혜민국을 두었으며 보건 업무를 관할하는 중앙관청으로 대의감을 설치했다. 조선시대에는 여러 전염병이 유행하여 그에 대한 예방법이 발전하게 되었고 근세의료행정이 확립되는 시기였다. 장티푸스, 천연두, 성홍열, 콜레라 등 많은 전염병이 창궐하여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제사에 의존하는 무속적인 방법을 시행했으나 벽온방의 발간과 같은 보건교육적 조치나 과학적 전염병 예방법도 행해졌다.

우리나라에 처음 서양식 의학교육기관이 생긴 것은 1899년이다. 이 해 3월 대한제국 칙령에 의해 관립의학교가 생기고 1894년부터 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운영되던 제중원에 제중원 의학교가 설립되었다. 2개의 의학교에서 위생이나 종두 같은 교과목이 있었으며 1981년 신학신설이라는 예방의학서적도 출판되었다. 1902, 호열자예방주의서를 편찬하여 일반인에게 배포하면서 당시 의학교를 중심으로 질병예방과 이를 위한 환경위생교육이 강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615.16이후 30여년에 걸친 군사정권 시대는 그 정치적 평가와는 별도로 일단 공중보건 측면에서 볼 때 공중보건행정체계나 사업면에서는 많은 성장과 발전이 이루어진 시기로 평가된다. 공중보건 활동을 통한 최일선 기간인 보건소망의 확충과 인력 및 시설 확보가 이루어짐으로써 농어촌 지역 주민에 대한 기본적인 공중보건 활동이 정착되었다. 보건소 활동의 발전은 이 시기에 이루어진 전국민 의료보험제도와 의료전달체계로 인해 농어촌 보건소나 보건지소 등에서 주민들에 대한 일차의료가 가능해지는데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대 도시의 위생관리, 중세 시대의 방역, 산업혁명 시대의 위생개혁 등을 통해 공중보건은 공동체의 집단적 건강관리 방법을 혁신함으로써 인류건강과 웰빙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의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공중보건 역시 인구집단 보다는 개인 수준에서의 건강관리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 만성질환, 감염병, 사고, 자살, 정신질환 등의 관리는 개인 수준의 건강관리만으로는 불가능하다. 1980년대 이후 개인 수준의 건강관리에 집착하는 과거의 공중보건으로는 더 이상 인류의 건강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신공중보건(New Public Health)이다.

21세기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목표로 삼는 건강한 사회의 실현은 신공중보건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질병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발생하고, 질병에 대한 대응은 사회의 조직적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완전하게 안녕한 상태, 즉 건강은 우리가 태어나고, 성장하며, 배우고, 일하며, 즐기는 일상생활의 터에서 만들어진다. 인류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건강문제의 해결은 사회가 모든 구성원들이 건강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때 가능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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