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하나요?
혈압약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하나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1.3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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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

혈압의 정상 범위는 나이와 상관없이 수축기 120mmHg, 이완기 80mmHg 미만으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정상범위는 건강한 사람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전형적인 수치로서 평균값으로부터 허용할 수 있는 범위 안을 의미한다. 하지만 혈압을 말할 때의 정상은 건강한 사람의 평균적인 혈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줄이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적절한 혈압을 말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굳이 따지면 120/80 mmHg이라는 값은 20~30대 성인의 평균적인 혈압에 가깝다. 더 어리면 혈압은 이보다 좀더 낮고 반대로 나이가 들면 점점 더 높아진다.

수축기 혈압은 10년 마다 대략 3mmHg 정도 상승해 60 대가 넘어가면 평균값이 대략 130mmHg까지 올라간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신체적인 변화, 체중이 증가하든지 동맥이 좁아진다든지 또는 딱딱해지면서 완충기능이 떨어지는 것 등의 결과다. 실제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2명이 모이면 그 중 1명은 고혈압 환자인 것이 현실이다. 같은 이유로 고혈압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시간이 갈수록 혈압약의 가지수가 늘어갈 뿐, 좋아져서 약을 끊어도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고혈압으로 진단받고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계속 복용해야 한다왜곡된 믿음이 생기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혈압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이유는 한 번 혈압약을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라 혈압약을 복용해야 할 즈음에는 이미 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혈압이 정상범위로 떨어지지 않는 신체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압약을 복용하다가 도중에 중단한들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단지 다시 혈압이 올라갈 뿐이다. 그래도 복용 기간 동안 혈관과 여러 장기가 높은 혈압에 노출돼 손상을 받는 것을 막았으니 혈압약을 먹지 않았던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높은 혈압이 지속되면 뇌졸중,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 시력장애 등을 일으킨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115/75mmHg를 기준으로 혈압이 20/10mmHg 증가할 때 마다 대략 심혈관계질환이 발생할 위험은 2배 정도 증가한다. 반대로 고혈압 환자에서 수축기 혈압을 10 mmHg 낮출 경우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심부전, 총사망률을 10~30% 정도 낮출 수 있다.

혈압약이 싫다면 우선 생활습관이라도 개선하는 걸 시작하시라. 나트륨 섭취 감량, (과체중이라면) 체중 감량, 운동, 채식 위주 식단 변화, 음주 제한 등이다. 가장 효과가 큰 것은 체중 감량으로, 1㎏감량할 때 마다 수축기 혈압을 대략 1mmHg 정도 떨어뜨린다. 식단을 개선하면 수축기 혈압을 대략 10mmHg까지, 나트륨 제한으로는 5mmHg 정도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또 절주를 통해 2~4 mmHg 정도 추가로 혈압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이렇게 생활습관을 개선한다면 혈압약을 복용 중이던 환자도 약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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