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절경, 거대한 ‘흙의 숲’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절경, 거대한 ‘흙의 숲’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1.28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부. 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20)
쉼 없이 달려온 티벳 고원의 끝자락에 펼쳐진 중국 국가지질공원 ‘토림’(土林). 마치 히말라야산맥 아래에서부터 시작된 듯 울룩불룩한 지질이 너무도 광할해 감탄을 자아낸다.
쉼 없이 달려온 티벳 고원의 끝자락에 펼쳐진 중국 국가지질공원 ‘토림’(土林). 마치 히말라야산맥 아래에서부터 시작된 듯 울룩불룩한 지질이 너무도 광할해 감탄을 자아낸다.

■ 중국 국가지질공원 ‘토림’ 

서티벳 대탐험을 시작한 지 오늘로 14일째입니다.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카일라스 2박 3일 트레킹을 무사히 마친 어제는 꼼짝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파김치가 됐던 몇몇 일행이 아침에 일어나 모두가 상쾌한 기분인 것 같습니다. 카일라스 성산을 돌아 신성한 정기를 받았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마치고 9세기 티벳 고대 왕국인 구게 왕국을 향해 길을 나섰습니다. 

드넓은 티벳 고원, 가도 가도 나무 한 그루 없이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고원은 마치 이름 모를 어느 행성에 온 느낌입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감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차를 멈추더니 얼른 카메라를 꺼내랍니다. “야생당나귀가 있다”며 차 문을 살며시 열고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야생당나귀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도망갈지 모르니 조심히 촬영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땅바닥에 엎드려 숨죽여 가며 몇 컷을 찍는데 차 안에서 누군가 꺼내 들던 스마트폰이 유리에 부딪히는 바람에 그 소리에 놀란 야생당나귀들이 힐끔 쳐다보더니 겁을 먹고 도망쳐 버렸습니다.

한 시간을 달렸건만, 그냥 그 자리인 듯하고 산등성이를 빙빙 돌아내리면 또 벌판입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눈을 깜짝 놀라게 하는 풍경이 나타납니다. 멀리 히말라야산맥 아래로 대지가 꿈틀거리는 모습으로 마치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지형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은 ‘토림’(土林)이라는 중국 국가지질공원으로 나무숲은 수림(樹林), 비석의 숲은 비림(碑林), 바위 숲은 석림(石林)이 있고 이곳은 흙의 숲인 토림이랍니다. 중국에는 윈난성(云南省) 쿤밍 부근에 ‘윈모토림’이 있으나 규모는 이곳 자다현(札達縣) ‘토림’과 비교할 정도가 아니라고 합니다. 마치 멀리 히말라야산맥 아래에서부터 시작된 듯 울룩불룩한 지질이 너무도 광활해 끝 간 데를 모르겠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듯합니다. 차에서 내려 자그마한 언덕에 올라보니 기기묘묘한 모양의 흙 바위가 조각품인 듯 서 있어 ‘와~’ 하고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습니다.

티벳 고원에서 본 야생당나귀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티벳 고원에서 본 야생당나귀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가이드가 “구게 왕국을 가려면 빨리 가야 한다”며 돌아가는 길에 시간이 있으니 그때 촬영하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여기 사진은 이렇게 차 속에서 찍기보다는 높은 곳에 올라 찍어야 하는데’ 하고 중얼거리며 돌아가는 길에 촬영할 포인트를 눈여겨 둡니다.

흙의 숲 ‘토림’를 돌고 돌다 보니 앞이 확 트이며 군부대 막사가 나오자 가이드가 “여긴 국경 최전방 부대라 촬영금지구역이니 카메라를 안에 집어넣어라”고 다급하게 말합니다. 자다현지역 국경 부대랍니다. 최전방 부대 검문소지만, 검문은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습니다.

강을 건너 언덕에 올라서니 자다 시내입니다. ‘토림’ 지질 형태는 이곳까지 계속 이어져 사방에 토사로 만들어진 조각들이 서 있는 듯합니다. 숙소에 들어와 ‘토림’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니 이곳 지형은 히말라야 조산운동으로 융기해 풍화와 침식작용을 거쳐 이런 대규모 습곡산맥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도 하고, 또 아주 오래전 이 일대는 바다였을 것이라는 아주 짤막한 기록뿐입니다. 가이드에게 “왜 저렇게 대단한 지질공원이 소개가 안 돼 있느냐?”고 묻자 “티벳은 저런 경관지가 산처럼 쌓여있는 나라라 별로 소개가 안 된 모양이다”라고 퉁명스럽게 말합니다. 

이번에 서티벳 대탐험을 하면서 느낀 점은 ‘중국이 왜 그렇게 티벳을 탐내고 국제적 비난 속에서도 지키고 있는가’를 조금씩 느끼고 있는데 아마도 이런 신비로운 자연환경을 가진 점도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 ‘비운의 왕국’을 향해

모래 먼지 속, 마치 사막 도시 같은 자다시는 국경지대여서 그런지 군 초소가 곳곳에 있는데 군인들이 오가는 모습을 쉬이 볼 수 있을 만큼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숙소 문을 열면 바로 앞에 다양한 모습의 조각 같은 사암들과 그 옛날 사람이 살았던 토굴들 등이 일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오랜 건물들을 다 허물고 마치 신도시를 만들 듯 시멘트로 지은 꼭 같은 모양의 주택들이 들어차 있어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중국정부가 티벳 사람들을 유화하기 위한 신도시 정책으로 지어진 건물들이랍니다. 티벳 어느 도시를 가든 똑같은 형태입니다.

도시 바로 옆으로는 멀리 카일라스에서 발원해 인더스강으로 흘러가는 스트레지강이 있습니다. 이 도시의 중요한 식수원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구게 왕국의 젖줄이기도 했습니다.
스트레지강 옆 언덕에는 옛 구게 왕국의 톨링사원 탑과 유적, 평민들이 살았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그나마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지역입니다. 이곳에서 18㎞ 떨어진 자부랑촌에 구게 왕국 왕궁터가 있어 식사를 마치고 간다니 몇 년 전 국내 한 방송사의 ‘차마고도’ 프로그램에서 봤던 ‘비운의 구게 왕국’이 문득 떠오릅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카일라스에서 발원해 인더스강으로 흘러가는 스트레지강.
카일라스에서 발원해 인더스강으로 흘러가는 스트레지강.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