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행정)시장은 우리가 직접 뽑자
이제 (행정)시장은 우리가 직접 뽑자
  •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 승인 2021.01.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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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면 시장이지 ‘행정시장’은 또 뭐야?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후 대다수 도민들이 던진 질문이다. 그 질문은 불만과 함께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행정시장을 시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게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가 임명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처음에는 “법이 그렇다는데”하며 지켜봤다. 그러나 행정시장이 임명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타나자 “시장은 우리 손으로 뽑는 게 맞다”며 제도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모든 지방권력이 도지사에게 집중되는 것을 견제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사실 행정시장은 도지사 하기 나름이다. 도의회의 인사청문이 있으나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구속력이 없어서다. 행정시장 예정자를 앉혀 놓고 하루종일 떠들어 봤자 도지사가 손을 들면 그만이다. 인사청문보고서가 ‘부적격’이라고 해도 도지사가 임명하면 ‘게임’은 끝이다. 이러다 보니 도의원들 사이에선 “이럴 거면 인사청문은 해서 뭐하냐. 우리가 들러리냐”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행정시장. 도민들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제주도와 도의회도 움직였다. 그래서 나온 게 행정시장 직선제다.

제주도는 2019년 6월 행정시장 직선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도개선안을 행정안전부와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에 제출했다. 제주도가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려 했던 행정시장 직선제는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가 ‘최종 불수용 결정’을 내리면서 무산됐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특별자치도’ 설립 취지에 비춰볼 때 상충되는 부분이 있고 도지사와 시장 간 사무 배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조정이 어렵다는 게 이유다.

남은 건 의원 입법. 20대 국회 때인 2019년 8월, 당시 제주 출신 강창일 의원은 현행 행정시인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행정자치시로, 행정시장을 행정자치시장으로 개편하고 시장은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회기 내에 심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동 폐기됐다. 고군분투했으나 의원 입법의 뜻을 이루지 못 해 아쉬움을 남겼다. 4선인 강 의원은 지난해 치러진 4ㆍ15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고 현재는 주 일본대사관 특명전권대사로 가 있다.

정부와 의원 입법이 무산된 행정시장 직선제가 새해 들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송재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갑)이 불을 지폈다. 강창일 전 의원의 배턴을 이어받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송 의원은 지난 22일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국정과제는 제주와 세종은 자치분권 모델로 완성하겠다고 못박고 있다. 행정체계가 어떤 것인지 제주도와 도의회가 답을 주면 행정안전부는 따르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안전부는 정부 입법보다는 의원 입법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고 이를 최근에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균형발전특별위원회 제주본부 출범식이 끝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다.

송 의원은 지난해 11월 정부는 국회의원 입법을 통한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은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좌남수 도의회의장도 “행정의 민주성과 대응성을 강화하고 도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려면 행정시장 직선제가 대안”이라고 했다.

송 의원은 “국회가 6월부터 시작하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해 5월까지는 행정시장 직선제 관련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와 도의회가 도민의견 수렴을 거친 초안이 마련되면 중앙부처와 국회의 의견을 보완해 최종안을 만들어 법률을 개정하는 수순을 구상하고 있다. 물리적 시간 등을 고려해 원포인트 또는 투포인트로 입법화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시민들은 이제는 시장을 직접 뽑고 싶어 한다. 꺼져가던 행정시장 직선제에 불을 지핀 송 의원의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그런데 제주 출신 더불어민주당 소속 나머지 두 분 국회의원님은 어디에서 뭘 하고 계시는지….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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