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AI·괭생이모자반까지…위기 속 빛나는 ‘민·관 협력’
코로나·AI·괭생이모자반까지…위기 속 빛나는 ‘민·관 협력’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01.24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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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에 밀려온 괭생이모자반 수거에 중장비가 동원돼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지난 21일 오전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에 밀려온 괭생이모자반 수거에 중장비가 동원돼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코로나19 장기화 속 가축 감염병 사태에 괭생이모자반까지 유입되면서 그야말로 ‘비상’이 걸린 마을을 위해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민·관 협력이 ‘삼중고’의 위기 속에 더욱 빛을 내면서 제주 특유의 수눌음 정신을 증명하고 있다.

해안가를 끼고 있는 제주시내 각 읍·면지역은 지난주부터 22일 현재까지 두 달이나 일찍 유입된 괭생이모자반을 처리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구좌읍과 애월읍, 한경면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가축 감염병 최고위기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된 조류인플루엔자(AI) 상황 속에 괭생이모자반까지 엎친 데 덮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해를 넘겨도 종식되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까지 지속적으로 대응하다보니 일부 읍·면은 인력난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삼중고에 허덕이는 읍·면사무소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지원군은 역시 주민들이었다.

구좌읍의 경우 지역 내 어촌계 소속 주민 100여명이 해안가에 쌓인 괭생이모자반에 둘러 앉아 복잡하게 엉켜있는 해양쓰레기를 분류했다.

고재완 구좌읍장은 “괭생이모자반을 비료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양쓰레기 분류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양 자체가 많은데다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야 해 읍사무소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무려 100여명의 주민들이 추운 날씨에도 해안가에 나와 손을 보태면서 신속하게 분류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괭생이모자반과 해양쓰레기를 분리하더라도 이를 퇴비로 활용할 농가가 없으면 처리가 곤란하다.

다행히 구좌읍 내 일부 농가들이 흔쾌히 괭생이모자반을 퇴비로 사용하겠다고 연락하면서 처리에 숨통이 트였다.

애월읍도 주민들의 협력 덕분에 효율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애월읍 주민들로 구성된 ‘애월읍 바다지킴이’가 구엄리 등 마을 포구마다 몰려든 괭생이모자반 수거는 물론 해양쓰레기 분류 작업에도 나섰다.

가축 감염병 대응에도 주민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 구좌읍과 애월읍, 한경면 주민들은 지역 내 철새도래지나 저수지에 설치된 통제 초소에 투입돼 AI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김명석 한경면장은 “마을 주민들이 용수저수지 통제 초소를 번갈아 지키고 있다”며 “AI와 괭생이모자반은 물론 코로나19 방역까지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력 덕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내 읍·면지역은 주민들의 협조과 참여 덕분에 삼중고 위기를 버텨내고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예산과 장비 등의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읍사무소 관계자는 “다른 읍·면지역 모두 위기 상황은 마찬가지라서 주민들의 도움을 얻어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괭생이모자반이 지속적으로 몰려들 경우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그 전에 인력과 장비, 예산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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