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辛丑年)에
신축년(辛丑年)에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1.1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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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

우직함과 충직함이라는 양면성을 보여주는 소의 해, 2021년 신축년이다. 아쉬움 없이 어서 새해가 오기만을 바랐는데 뾰족한 수가 있을까 걱정이다.

코로나 백신은 개발됐다고 하지만 정부에서 머뭇거리는 동안 확진자와 사망자는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 사람들마다에 심신은 지쳐만 간다. 한마디로 징글징글해서 아쉬움 없이 연을 끊고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경자년이었다.

나만의 수행(修行)처를 찾았다.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 찾는 곳, 전설 같은 이야기가 서려 있는 이곳 산사에도 때가 때인지라 적막함이다. 정성껏 기도하고 진심으로 소원했다. ‘어둠을 밀치고, 새해에는 사람들의 편안한 숨소리가 온 누리에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라도 편해질까 싶어 느릿느릿 눈길을 헤치며 찾은 존자암(尊者庵). 존자가 묵었던 곳이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나의 찌든 마음은 어느새 사라진다. 눈만 돌리면 보이는 곳마다 신선의 취향이다. 부처님의 자비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시의 삭막하고 지친 삶을 떠나 자연을 만나고 부처를 만나 그 속에서 힘을 얻고 영험을 얻는다.

굽이굽이 산사 뒤쪽에 높게 솟아오른 봉우리는 마치 봉황새가 날개를 펼친 것과 같다. 오래 전부터 제주사람들은 불래악(佛來岳)이라 이름을 붙였다. 부처가 와있는 오름이란 뜻이다.

얼마나 이곳의 지형과 풍광에 매료됐으면 석가세존의 6대 제자라고 하는 발타라존자(跋陀羅尊者)가 발현하시어 이곳에서 기거를 했을까 짐작이 된다.

문헌 중에 가장 오래된 이곳의 기록은 신중동국여지승람이다. 내용을 보면 재한라산서령기동유석여승행도상(在漢拏山西嶺其東有石如僧行道狀)”이라 기록 돼 있다. , 존자암은 한라산 서쪽 기슭에 있는데 그 곳 동굴에 마치 스님이 도를 닦는 모습과 같은 돌이 있어 세상에 수행동(修行洞)이라 전해진다는 내용이다. 한편 이원진(李元鎭) 편찬의 탐라지(耽羅志)’에 보면 원래 존자암은 영실에 있었으나, 지금은 서쪽 기슭에서 밖으로 10리쯤 옮겼는데 대정현(大靜縣)지경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금의 존자암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제주목사 이형상(李衡祥)1702년 한라산을 등정하고 남긴 남환박물(南宦博物에 의하면 위에 수행동이 있다. 동에는 칠성대가 있어 좌선암이라고 한다. 이는 옛 스님이 말한 팔정 옛 터인데 이를 존자암이라고 부른다고 소개한 뒤 존자암개구유인문(尊者庵改構侑因文)’을 인용 존자가 암을 짓기는 고··부 삼성이 처음 일어날 때 비로소 이루어졌고, 삼읍이 나뉘진 뒤에까지 오래도록 전해졌다고 했다.

몇 해 전에 찾았을 때도 그랬듯, 순간 미풍이 잠깐 일어 기이한 향기가 가득하다. 향연(香烟)이 곧게 오르고 맑은 햇빛이 산사에 비쳤다.

간절히 바라건 데, 신축년에 바라는 우리네 마음 이루어 주소서.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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