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명민호와 같은 비극 없었으면
32명민호와 같은 비극 없었으면
  • 정용기 기자
  • 승인 2021.01.05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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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명민호의 코스를 보면 성산항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한림항으로 들어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2명민호 전복 사고 발생 후 진행된 백브리핑에서 나왔던 설명 중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해경은 32명민호가 작업을 마치고 한림항으로 입항하던 길에 풍랑을 맞아 전복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상에서 조업 중인 어선도 아니었고 작업을 마치고 한림항으로 돌아가던 도중 풍랑을 만나 비극을 맞이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선원 7명 중 4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3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비극을 막을 순 없었을까.

기상청이 풍랑특보 발표 가능성을 사고 전부터 예보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사고 전날인 지난해 12월 28일 제주지방기상청은 이튿날인 29일 오후 제주도 전해상에 풍랑특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다.

사고 당일인 29일 오전에는 이날 밤을 기해 발효되는 풍랑 예비특보도 내려졌다.

해양수산부의 어선안전조업규정상 풍랑주의보 발효 시 출항이 금지되는 어선은 30t 미만이다.

32명민호의 선체는 39t이다.

32명민호는 풍랑주의보 발효 시 출항 금지 어선에 해당되지 않지만 조금만 더 해상 예보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깊은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32명민호의 성산항 출항 시각은 29일 오후 4시쯤이다.

출항 당시 풍랑주의보도 발효되지 않은 상태였다.

풍랑주의보는 사고 당일 오후 7시에 발효됐다. 30분 후인 7시30분쯤엔 풍랑경보로 대치됐다.

모든 어선의 출항이 금지되는 풍랑경보가 발효됐을 땐 32명민호가 이미 해상에서 한림항을 향해 가고 있을 때였다.

안전조업규정을 떠나 우리나라 모든 어선이 풍랑특보 예보 시엔 조업을 자제해 더 이상의 비극이 없었으면 한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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