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무분별 뽑아 쓰고 버려지고 사라져…청정 상징서 위기 기로에
[신년기획] 무분별 뽑아 쓰고 버려지고 사라져…청정 상징서 위기 기로에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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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물 대해부] 1. 프롤로그

물은 대체재가 없다. 오염되거나 고갈돼도 대체 가능한 자원이 없다. 너무나 쉽고 흔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물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특수한 자원이다. 제주의 경우 사시사철 흐르는 거대한 강이 없다. 대신 제주 전역에 지하수가 존재한다. 그래서 지하수는 대체 불가능한 제주의 ‘생명수’다. 그런데 지하수가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있다. 또 상수도는 절반이 땅에 버려지고 있다. 하수 처리는 포화되고 있고, 용천수는 사라지고 있다.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해야 하는 대전환의 새해를 맞아 제주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제주물의 위기를 들여다봤다.

■ 허가량 증가에 공수화 원칙도 흔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6년 10월 수자원 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제주지역의 지하수 허가량은 하루 기준 151만5000t으로 지속이용 가능량인 178만7000t의 84.8%에 달했다.

이를 2020년까지 70% 수준으로 낮추는 게 수자원 관리 대책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목표년도인 2020년 하루 지하수 허가량은 6월 기준 163t으로 오히려 7.6% 증가했다. 지속이용 가능량의 91.2%까지 치솟았다. 제주도의 수자원 관리 대책은 결과적으로 헛구호에 그쳤다.

더군다나 제주도는 2024년까지 농업용수 광역화사업을 위해 지하수 관정 58개 공을 추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 경우 하루 지하수 허가량은 5만2000t 늘어난다. 제주도가 공급 위주의 정책으로 지하수 난개발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흔들리고 있는 제주도의 ‘공수화’(公水化) 원칙도 문제다.

제주특별법에 지하수 보존 및 관리 규정이 명시돼 있지만 개정 과정에서 염지하수에 대한 허가 근거가 마련되면서 사기업의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염지하수는 지하수와 바닷물이 섞여 형성된다. 한 곳에서 염지하수를 다량으로 뽑아냈을 때 담지하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현재로서는 사기업이 염지하수로 음료를 만들어 팔거나 이를 허가받은 도내 기업이 육지 다른 기업에 지분을 양도해도 이를 막을 수 없다”며 “제주도가 지하수에 대해 공수화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면 염지하수에 대해서도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도내 265개 지하수 관정을 점검한 결과 445건의 검체 중 14개 관정 29개 검체에서 병원성세균이 검출되는 등 지하수 오염 문제도 지속되고 있으며, 정작 상수원 대체를 위한 공공 지하수공 개발은 과거부터 이어져온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하수관리위원회로부터 발목이 잡혀 물관리 정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하수 관리 정책은 공급이 아닌 수요 중심으로 변경돼야 한다. 농업용수 광역화사업 역시 1순위에 지하수 개발이 아닌 빗물, 저류지물 등 대체수 사용을 둬야 한다”며 “결국 지하수 문제는 취수량과 이용량 증가에 있다. 대체 불가한 특수 자원인 제주의 지하수에 대해 정책적인 판단을 내릴 때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쓰기도 전에 절반 사라지는 상수도

도민들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상수도는 관을 타고 수도꼭지로 나오기도 전에 절반 이상이 땅 속에서 새고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2018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제주도의 상수도 유수율은 46.2%로 전국 최저, 누수율은 43.3%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수율은 상수도 전체 공급량 중 실제 가정 등에서 사용돼 요금으로 징수한 양의 비율이다.

또 누수는 상수도를 공급하는 배관이 낡거나 굴착공사 등으로 파손돼 물이 관 밖으로 누출되는 현상으로, 전체 공급량 중 누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누수율이다.

제주지역 연간 총 급수량 1억7539만㎥ 중 유수량은 8105만8000㎥에 불과하고, 누수량은 7598만㎥에 달한다.

바로 음용 가능한 청정 상수도의 절반이 사용되지도 못한 채 공급 과정에서 땅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유수율이 낮으면 재정 확보에 타격이 크다. 재정이 확충되지 않으면 시설 개선을 할 수 없어 노후관을 교체하지 못하며, 이는 결국 유수율 하락·누수율 증가의 원인이 된다. 제주지역 상수도가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수돗물 유충 사태로 상수도 안전에 대한 도민들의 불신이 커졌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정확하게 왜 누수가 되는지, 즉 관정이 노후했기 때문인지, 광역화사업을 전개하면서 연결 부위에 문제가 발생해 새고 있는 지 등을 파악해야 하는데 아직도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도의 물 공급량이 높은 이유는 누수율이 많아서다. 예컨대 상수도 1ℓ를 쓰려면 2ℓ를 공급받아야 가능하다. 절반이 오다 새기 때문”이라며 “결국 유수율을 높이고 누수율을 낮추려면 시설 보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예산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서귀포시 수돗물 유충 사태도 결국 수질의 문제가 아닌 관리의 허점에서 나타난 문제”라고 피력했다.

하수 처리 역시 상수도만큼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적잖다.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마다 수질 기준을 초과하는 방류수가 배출되고 있고, 이미 제주하수처리장과 서부하수처리장, 대정하수처리장, 남원하수처리장 등 4곳은 처리 용량을 초과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하수 처리 용량을 줄이려면 결국 상수도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한 절수 정책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며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의 경우 정화처리 된 하수인 중수를 변기 내리는 물이나 정원 관리 용수, 청소 용수 등으로 더욱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관리 사각지대 놓인 용천수

옛 제주인들의 생명수인 용천수는 아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용천수는 지하수가 누출되는 압력으로 인해 지면으로 솟아난 물로서 과거 도민들의 음용수이자 생활용수로 널리 활용돼 왔다.

그러나 제주도가 지난해 실시한 용천수 전수조사 결과 도내 총 654곳 중 316곳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185곳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11곳은 아예 확인조차 불가능했다.

특히 주변 250m 이내에 개인하수처리시설이 존재하는 용천수는 540곳에 달했고, 가축분뇨배출시설과 지정폐기물배출시설이 있는 곳도 총 46곳에 달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용천수는 제주도의 자연자원이자 문화자원으로서 보전 가치가 높다. 육지에는 용천수가 거의 없어 발견됐다는 게 뉴스에 나올 정도”라며 “과거 용천수를 식수로 사용했을 때는 도민들이 목숨처럼 소중히 관리했지만 이제는 수돗물을 사용하다보니 방치되고 있다. 용천수는 이용돼야 제대로 관리될 수 있는 자원인 만큼 특색 있는 활용 방안을 강구해 마을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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