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장벽 없는 제주, 모두를 위한 제주를 향해
[신년기획] 장벽 없는 제주, 모두를 위한 제주를 향해
  • 정용기 기자
  • 승인 202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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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을 막는 ‘장벽’이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이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거나 흰지팡이를 사용하는 장애인만을 위한 게 아니다. 작은 턱조차 누군가에게 큰 장벽이 될수도 있기에 허물어지는 장벽은 장애인을 포함해 노인, 어린이 등 모두를 위한 셈이다. 이를 위해 도입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이 디자인은 연령, 성별, 신체능력, 국적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배려하고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다. 장벽을 허물고 모두를 위한 도시 디자인이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따라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편집자주]
 
▲이동약자가 마주하는 장벽
고봉균씨(44·제주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니는 중증장애인이다. 고씨는 외출 할 때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제주도에서 운영되는 저상버스를 타고 일상을 시작한다. 승차예약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한다.

이용하고자 하는 버스정류소를 애플리케이션에서 선택하면 버스 운전기사는 교통약자가 버스정류소에 대기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교통약자의 탑승을 도와준다.

이처럼 고씨는 전동휠체어와 저상버스를 이용하며 방문한 곳에 이동권에 문제가 확인되면 이에 대한 개선 요구에도 앞장서고 있다. 고씨의 노력은 병원, 관광지, 음식점 등에서 장벽이 사라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고씨를 비롯한 이동약자에겐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많다. 인도에 설치된 점자·선형블록이 제멋대로 설치된 곳도 수두룩하고 이면도로와 인도가 구분되는 턱도 제각각이다.

장애인 등 이동약자에 대한 인식도 장벽 중 하나다.

유니버설디자인,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베리어프리(BF)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도 많다.

고씨는 “저상버스를 통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게 됐다”면서도 “이동환경이 대중교통에만 그칠 게 아니라 도내에 전반적으로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니버설디자인 제주서도 '꿈틀'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 속 불편 요소를 줄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는 유니버설디자인 활성화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무장애 도시 조성의 일환이기도 하다. 특히 제주도는 공공시설물에 대한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에 주력하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공공시설, 시설물을 확대함으로써 유니버설디자인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제주도 2018년부터 송상돈 서귀포초 인근 인도에 투수블록을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탑동해변공연장 관람석에 경사로를 조성하는가 하면 탑동 제2공원 화장실에 다목적 수유실도 만들었다. 읍·면지역 보건진료소 5곳에 보행 장애물 개선 사업도 완료됐다.

고우석 제주도 도시디자인담당관은 “지속적인 시범사업으로 제주 곳곳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해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관광약자가 마주하는 제주관광은
도민들의 여가활동 1순위는 관광이다. 이동약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거동이 불편한 노인, 휠체어를 탄 장애인, 흰지팡이를 잡은 시각장애인이 혼자서 갈 수 있는 관광지는 많지 않다.

또 무장애 관광지라고 하더라도 관련 관광정보를 혼자서 찾는 것도 쉽지 않는 일이다.

도내에서 누구나 접근가능한 제주관광지, 음식점, 숙박업소는 90여 곳 정도다.

이동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곳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는 이동약자의 여가 수준을 높이기 위해 도내 관광지를 모니터링하고 개선 사항을 찾고 있다.

단차, 활동보조 필요 정도, 장애인 전용 리프트 설치 여부, 휠체어 대여 서비스 등 접근성 정보를 안내하는 픽토그램도 만들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 인프라, 시설 인프라 개선 노력과 함께 해결돼야 하는 게 인식 개선이다.

이동약자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모든 사람을 위한 환경조성도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가 편견을 없애고 이동약자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교육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까지 장애인을 포함한 이동약자의 인식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여전히 이동약자를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동 효율보다 사람을 향한 도시디자인 방점찍어야”

송창헌 제주도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국장(39·사진)은 “제주도에 유니버설디자인, 배리어프리 환경을 조성할 때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더 다양한 이동약자의 의견을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송 국장은 “이 같은 외적 환경조성과 함께 인식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까지 장애인을 지원해야하고 도와줘야 하는 복지정책의 대상자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며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인식하고 있다면 도시디자인, 서비스산업의 방향과 분위기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송 국장은 “제주도는 물론 장애인, 인권단체 등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 외부적인 환경과 분위기도 분명히 과거에 비해 개선되고 있으나 현실에서 장애인이 마주하는 장벽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송 국장은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 이동약자들의 접근 가능성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등에 강제규정을 두는 방안도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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