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북한군과 싸우는 게 아니고 전쟁이랑 싸우는 거라고.”
6.25 전쟁 당시 백마고지 전투를 다룬 영화 ‘고지전’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전선에 뛰어든 군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북한군과 싸우는 게 아니라 전쟁과 ‘전쟁’을 한다는 역설적이면서도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참상.
제주도도 ‘코로나19 전쟁’ 중이다.
특히 대기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일반 학교 학생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나온 후 밀접 접촉한 학생 등 관련 확진자가 10명을 넘었다.
학교 안 누군가의 느슨한 방역 의식으로 학생과 교직원이 코로나19에 걸렸다.
결국 도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가 교문을 닫고 원격 수업에 들어간다.
도내 첫 확진자를 감안하면 1년 가까이 제주도는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준전시 상황에 입각해 본질적으로 차단해야 할 대상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다.
이를 위해선 도민들의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이 핵심이다.
10명이 넘는 학교 관련 확진자가 나온 것과는 달리 대량 집단감염이 우려됐던 부민장례식장 관련 확진자는 단 1명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 준수가 집단 감염 여부를 가를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대기고의 선택과목 이동 수업이 연쇄적인 감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말 학생들은 학교에서 마스크를 잘 착용한 것인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었다면 이를 본 교사들은 제대로 지도했을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우리가 코로나19 전쟁에서 싸워야 할 대상이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마스크를 제대로 끼지 않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거나 방역 수칙을 어기는 ‘사람’이 되가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