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한 제주’를 바라며
‘살만한 제주’를 바라며
  • 부남철 편집국장
  • 승인 2020.12.1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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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두 명의 자녀가 있다. 이들이 성인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보다는 미안함이 앞선다.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기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 부모가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솔직히 자녀에게 결혼과 출산을 이야기하기가 꺼려진다. 이렇게 삶이 힘들다 보니 우리 사회 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저출산에 따른 인구 절벽 위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주의 경우 통계청이 지난달에 발표한 ‘2020년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제주지역 출생아 수는 335명으로 전년 동월(361명)과 비교해 7.2% 감소했다.

올해 1~9월 총 출생아 수는 310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12명) 대비 9.0% 줄었다. 9월 조출생률(인구 1000명 당 출생아 수)은 6.1명으로 전년 동월(6.6명)과 비교해 0.5명 감소했다.

이와 함께 제주의 합계출산율은 2014년 1.48명에서 2016년 1.43명, 2017년 1.31명, 2018년 1.22명, 2019년 1.15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올해 통계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추이를 볼 때 올해도 감소는 명약관화하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다. 한 사회가 인구를 유지하려면 이 수치가 적어도 2.1명은 돼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제주 사회의 인구 감소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 15일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정부는 2006년 이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하는데 올해가 네 번째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의 핵심을 개인의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잡고 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으로는 0세, 1세가 있는 가구에 매월 양육비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아수당’을 도입하고 출산 시 200만원을 지급하는 ‘꾸러미’ 제도를 신설하는 등 직접적인 지원뿐 아니라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한 교육·일자리 지원 정책까지 포함했다.

정부는 저출산 현상은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서 생긴 결과라고 보고 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각각 제시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사회 구조의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포괄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기본 관점을 노동력·생산력에 초점을 둔 국가 발전 전략에서 삶의 질 제고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나 개별 사안에 대한 해결책보다는 포괄적인 대응 전략을 모색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지난 3차 기본계획까지 15년 동안 시행된 저출산 해소 대책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어 이번 기본계획도 정책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든다.
출산율 저하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어느 한 가지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원인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기가 힘들고 자식들이 이 짐을 지는 것이 싫다”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3월 ‘제주도 인구정책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6월부터는 5대 분야, 144개 인구정책사업 추진에 나섰다. 다양한 정책이 있었지만 이때 가장 부각된 것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두 자녀 이상 가구에 5년간 최대 150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고민했듯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히 출산 장려를 홍보하고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제주인구 종합계획에는 저출산 대응 분야만이 아니라 생산연령인구 확충, 고령화 대응 등도 포함돼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복합적 요인을 해소해야 하는 만큼 제주도가 2024년까지 추진하는 각 분야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

현대성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의 영향으로 전국 출생아 수가 20만명대로 감소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며 “해피아이정책 등 향후 출산율 상향에 실효성 있는 인구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도가 저출산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마련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해 도민들이 “제주는 살만하다”라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

부남철 편집국장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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